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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리뷰 1시간마다 공유… 신제품에 고객 목소리 즉각 반영”

입력 | 2024-09-06 03:00:00

[동아경제가 만난 사람] 김용철 티르티르 대표
‘레드 쿠션’ 히트 K뷰티 선두주자… “카페24서 일했던 경험 경영에 접목
대기업도 못한 ‘아마존 1등’ 해봐… 올해 매출 3000억원 달성이 목표”



서울 마포구의 티르티르 본사에서 만난 김용철 대표는 “화장품에 문외한이었는데 요즘은 피부 밝기와 결에 따라 어떤 쿠션을 쓰면 좋을지 추천을 해줄 정도로 화장품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과거엔 10분에 한 번씩 고객 리뷰를 취합했습니다. 지금도 한 시간에 한 번은 전 세계 고객의 목소리를 모두가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K뷰티 인디브랜드 티르티르 본사에서 만난 김용철 대표(51)는 2021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던 티르티르가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입소문을 타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소비자 반응에 대한 빠른 피드백을 들었다.

김 대표는 “티르티르는 빠르면 신제품을 2개월 만에 내놓기도 한다”며 “전통적인 화장품 대기업들은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해서 이런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티르티르는 레드 쿠션으로 K뷰티 선두 주자 반열에 올랐다. 빨간 달갈 모양의 레드 쿠션은 올해 6월 한국 메이크업 제품 최초로 미국 아마존 전체 뷰티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쿠션 제품군의 전체 누적 판매량은 올해 6월 말 기준 1704만 개. ‘돈키호테’ ‘엣코스메’ 등 일본의 주요 오프라인 채널 7000여 개에 입점해 있다. 지난해 매출 1719억 원 가운데 일본 매출이 1200억 원이나 된다. 작년 매출의 3분의 2가 일본에서 나온 셈이다. 올해 상반기(1∼6월) 국가별 매출 비중은 △일본 47.1% △미국 27.5% △한국 22.0% 순이다.

티르티르는 글로벌 고객들이 올린 리뷰를 즉각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가령 일본 법인 설립 첫해인 2019년,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개발된 기존 쿠션 제품들이 습한 일본의 기후와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티르티르는 2개월 만에 일본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쿠션 제품을 내놓았다. 또 일본 여성들의 가방 크기에 비해 제품이 너무 크다는 의견이 많아 소용량 ‘큐티 사이즈’ 제품을 2022년 개발했다.

김 대표는 LG전자, 동양증권 등에서 근무하다가 쇼핑몰 솔루션 카페24를 창립해 2019년까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근무했다. 이후 사모펀드 더함파트너스의 부회장으로 지난해까지 일하다 같은 해 9월 티르티르에 합류했다.

그는 카페24에서 일하며 스타일난다, 임블리 등의 성공 방정식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김 대표는 “카페24는 입점해 있는 사업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지 연구했던 회사”라며 “이때의 경험을 티르티르 경영에 접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경영의 키를 잡은 이후, 티르티르는 브랜드 개편 작업이 한창이다. 김 대표는 “올해는 매출 3000억 원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 눈에 띄는 성장세는 북미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는 미국 매출이 일본 매출을 앞지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대표는 “티르티르를 인수한 구다이글로벌과의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주혁 대표가 이끄는 구다이글로벌은 아마존 판매 1위 선크림 제품을 만든 브랜드 ‘조선미녀’의 운영사다.

티르티르는 인플루언서 이유빈 씨가 2017년 창업했다. 지난해 사모펀드 더함파트너스가 이 씨의 몫을 포함한 지분 63.6%를 사들였고, 올해 4월 구다이글로벌이 이를 다시 인수했다. 김 대표는 “티르티르는 국내 대기업 화장품 회사들도 하지 못한 ‘일본 1등’과 ‘아마존 1등’을 해냈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한다”며 “1등의 경험이 쌓이다 보면 정말 좋은 화장품을 만드는 훌륭한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