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투자 못받아 자금모집 지연
‘10% 할인’ 요구에 한양학원 난색
양측 주식 매매계약 한주 늦추기로
지연땐 우선협상대상 교체 가능성
한양증권의 ‘새 주인 찾기’가 영 꼬이는 모양새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CGI의 자금 모집이 지연되는 데다, 매각 주체인 학교법인 ‘한양학원’과 KCGI 양측의 막판 가격 협상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매각 작업이 계속 지연될 경우 급전이 필요한 한양학원에서 인수자를 교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꼬이는 한양증권 매각, 자금 모집이 관건 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양학원과 KCGI는 한양증권 매각을 위한 주식 매매계약(SPA) 일정을 한 주 늦추기로 했다. 한양학원은 지난달 2일 한양증권의 경영권 지분 29.6%를 KCGI에 2448억 원을 받고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달 6일까지 SPA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KCGI의 자금 모집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양측은 SPA 체결을 13일까지로 미뤘다.
KCGI는 현재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다수의 LP들이 인수 가격이나 구조 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국내 금융사를 비롯해 차순위 협상대상자이자 인수 경쟁자인 LF 등에도 투자를 제안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KCGI가 메리츠금융그룹이나 OK금융그룹 등에도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투자 확약을 받지는 못했다.
가격 협상도 난항이다. KCGI는 한양학원 측에 10%가량 가격을 낮춰 줄 것을 요청했지만 한양학원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KCGI의 한양증권 주당 인수 가격은 6만5000원으로 이날 종가(1만5920원) 대비 4배 이상 높다. 호가 경쟁 방식의 본입찰을 통해 인수 가격이 2배 이상 뛰었다는 분석이다.
● 한양학원, 인수자 교체 가능성도 투자업계에서는 KCGI가 동시에 다수의 투자 건을 진행하면서 한양증권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매각 협상 지연의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주 한양증권과의 경영자 미팅에 강성부 KCGI 대표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강 대표는 한양증권 외에 LS그룹의 미국 자회사인 엑시스 투자금 모집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KCGI의 연이은 자금 모집 실패가 이번 한양증권 인수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KCGI는 지난해 SK스퀘어 계열사인 원스토어 인수에 나섰으나 자금 모집에 실패했고, 최근 반도체 업체인 넥스틴에 대해서도 정해진 시일까지 자금을 내지 않아 투자가 무산됐다. 이에 대해 KCGI 관계자는 “다음 주까지 한양증권 인수 자금을 모집하는 데 문제는 없다”며 “넥스틴 투자도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금 조달이 급한 한양학원이 인수가 계속 미뤄질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를 교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양증권 노조는 한양학원의 한양증권 매각은 재단 산하의 건설사인 한양산업개발 지원을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한양산업개발의 매출은 전년 대비 46% 이상 감소했으며, 적자 전환(―375억 원)했다. 부채비율은 824%로 단기 차입금만 1653억 원에 달한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