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금융 당국, 불편한 기류 친인척 부당 대출-보험사 인수 등… 우리금융지주 놓고도 미묘한 갈등 임종룡 회장, 금융위장 재직때 선물… 금감원서 ‘혼연일체’ 액자 사라져 양측 공조 흔들… 시장 혼란 가중
2015년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왼쪽)이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진웅섭 원장에게 ‘금융개혁 혼연일체’가 적힌 액자를 선물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2일 오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엽니다. 지난달 20일 은행업권 간담회를 시작으로 여신, 보험, 증권 등 업권별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처음으로 기자들에게 금융 시장 상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자리입니다. 가계부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현안이 많아 김 위원장의 발언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기자간담회를 두고 금융감독원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됩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같은 날 오전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를 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 금융위원장이 행사를 열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분산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반기(1∼6월)부터 일정을 준비했었고, 행사 성격상 네덜란드 연기금 등 해외 투자자의 참석으로 일정 조율이 어려웠던 만큼 금융위가 스케줄을 조정했어야 했다”고 말합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권별 간담회를 마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자 했는데, 일정을 바꾸게 되면 추석 이후로 넘어가 메시지 주목도가 떨어지게 된다”며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지난달 28일 동양·ABL생명 인수를 결의한 건을 두고도, 금감원에서는 “소통이 부족했다” “몰랐다”고 말합니다. 우리금융이 관례적으로 이사회 일주일 전에 금감원에 안건 등을 통보하는데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반면 금융위는 일찌감치 이사회 개최 사실을 통보받았습니다. 두 기관 간의 정보 공유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의 관계 악화에는 현 우리금융 수장이자 전 금융위원장인 임종룡 회장이 자리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금감원이 ‘금융사고 미보고’라는 이유로, 우리금융 전임 회장 시절 일을 가지고 선배 공무원인 임 회장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것입니다. 금융사고 미보고 자체만으로 은행장, 회장까지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게 당국과 업계의 설명입니다.
임 전 회장이 금융위원장을 지낼 당시 금감원에 선물했던 ‘금융개혁 혼연일체’ 액자는 금감원에서 사라진 지 오래라고 합니다. 2015년 3월 임 전 회장은 당시 금융위원장 취임 첫 현장 방문으로 금감원을 찾아 두 기관이 공조하자는 취지에서 해당 글귀가 쓰인 액자를 선물했습니다. 액자의 행방은 금감원 내에서도 잘 모르는 상황입니다. 금융위에는 여전히 비치돼 있고요. 금융위와의 공조 관계가 흔들리는 상징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안타까운 점은 공조가 옅어지면서 금융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금감원의 거친 개입으로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실수요자들이 애를 먹는 현 대출 시장 상황이 대표적입니다. 가계부채 총책임자는 금융위인데 침묵하고 있고요. 2021년 가계부채 급증 당시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돼 경험치가 쌓여 있을 텐데 말입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