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이 건물 2층의 73㎡ 규모 상가 1실은 지난해 8월 6개로 쪼개졌다. 재건축 후 아파트 입주권을 얻기 위한 작업으로 추정된다. 성남=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을 노리고 단지 내 상가 지분을 나눠 갖는 이른바 ‘상가 쪼개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재건축이 본격화된 경기 분당·일산·평촌 등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상가 쪼개기가 성행해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3000여 채 규모로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에서는 상가 1실의 등기가 32개로 쪼개져 있다고 한다. 대형 스포츠센터 1곳이 15∼30㎡ 규모로 지분을 잘게 나눈 것이다. 일반 건축물을 상가 건물로 변경해 지분 쪼개기를 한 사례도 흔하다. 분당구의 단지 내 유치원 건물들은 줄줄이 상가로 등기 변경을 한 뒤 지분을 10개, 20개 이상으로 나눴다고 한다. 용납 못할 악성 투기다.
상가 쪼개기를 하는 건 1평(약 3.3㎡)도 안 되는 지분으로 아파트 입주권 취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건축 단지 상가는 원칙적으로 재건축 후 상가만 분양받을 수 있지만 조합이 허용하면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필지를 공유한 경우 상가 조합원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재건축을 할 수 있어, 이를 빌미로 상가 소유주들이 입주권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정부는 2027년 첫 착공을 목표로 1기 신도시의 ‘초고속 재건축’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상가 쪼개기 문제를 근절하지 않으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재건축 가능성이 거론되는 전국 곳곳의 단지들에서도 상가 쪼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거래허가제는 물론이고 지나치게 적은 지분을 가진 상가 소유자들에겐 아파트 분양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심 주택 공급의 속도를 높이려면 재건축 걸림돌부터 서둘러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