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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장택동]김태효 “해리스 참모들 많이 가르쳐야”… 이게 뭔 소린지

입력 | 2024-09-05 23:21:00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안보실장 4명이 등장하는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킨 참모다. 그래서 김 차장이 대외정책의 진짜 실력자가 아니냐는 질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매사에 주목받고 있다. 40대 초반에 이명박 청와대에 합류해 대외전략 담당 비서관과 기획관(수석급)으로 4년 반 동안 중책을 맡았다. 김 차장만큼 보수 정부의 대외정책에 깊게 또 오래 관여한 이는 없다. 그런 그가 3일 한 포럼에서 한 실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김 차장은 11월 미국 대선에서 현직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때 상상할 수 있는 정책 리스크가 무엇인지 질문받았다. 그는 “(대통령이 아닌) 부통령 해리스에게 조언하는 참모진이라 (내년 이후) 백악관에서 얼마나 카리스마를 발휘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밑에서 존재감이 약했던 해리스 부통령의 참모이니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뜻이었다. 김 차장은 또 “(민주당 참모들의) 이름이 생소하다” “베테랑을 수혈해야 한다” 등의 말도 했다. 그러다 문제가 된 “(내가) 상대하게 되면 해리스 외교안보 참모들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는 앞서 모두 발언에서 해리스 참모진을 설명하며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 필립 고든 부통령 안보보좌관 등의 이름을 열거했던 터라 참석자들은 당연히 이들을 연상했다. 이날 포럼은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은 안보전문가와 중견 언론인이 참석한 자리였다. 이런 자리에서 발언 하나하나가 묵직하게 해석될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가 앞으로 한반도 정책을 주무르게 될 수도 있는 동맹국 최고위 인사를 놓고 ‘가르쳐가며 일해야 할 만큼 경험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묘사한 셈이다.

▷김 차장이 거론한 인물 중의 하나인 고든 보좌관의 이력을 보면 김 차장이 못 만나봤거나 못 들어본 게 경량급의 근거가 될 순 없을 듯하다.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거론되는 그는 이미 15년 전에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를 지냈고, 유럽 중동 북아프리카 외교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쿤스 의원은 14년 상원 생활 중 상당 기간을 외교위에서 활동했다. 미국과 북한을 중심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 정책을 다뤄 온 김 차장으로선 한미동맹만 놓고 본다면 이들보다 경험이 많다고 할 수 있겠다. 미국에 저자세일 필요는 없지만,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인식은 오만하다는 말 외에는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다.

▷김 차장의 발언은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바이든 정부에 보고됐다고 보는 게 상식에 가깝다. 그 외교적 손실과 신뢰 저하를 어떻게 만회하려는 걸까. 김 차장은 한일관계를 놓고도 구설을 일으킨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란 표현을 쓰는 바람에 윤석열 정부의 외교가 일방적 일본 거들기로 해석되도록 했다. 그게 1개월도 안 된 일이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