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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페굴라, 세계 1위 꺾고 메이저대회 첫 4강

입력 | 2024-09-06 03:00:00

US오픈 테니스… 무호바와 격돌



제시카 페굴라가 5일 US 오픈 테니스 대회 8강에서 세계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를 물리친 뒤 기뻐하고 있다. 페굴라는 어머니 킴 씨가 1974년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 선수다. 뉴욕=AP 뉴시스



‘하프 코리안’ 제시카 페굴라(30·미국·세계랭킹 6위)가 개인 처음으로 메이저 테니스 대회 4강에 올랐다. 페굴라는 5일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 오픈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23·폴란드)를 2-0(6-2, 6-4)으로 완파했다.

페굴라는 이번 대회 전까지 4대 메이저 대회(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 8강에 총 6번 올랐지만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었다. US 오픈에서는 2022년 대회 때 딱 한 번 8강에 올랐는데 이날 경기 상대였던 시비옹테크에게 패해 탈락했다. 시비옹테크는 결국 그해 챔피언이 됐다.

페굴라는 “세상에는 ‘페굴라는 메이저 대회 8강이 한계인 선수’라고 수군대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여기까지 올라 이기는 것밖에 없었다”면서 “이제 마침내 드디어 ‘나는 4강 진출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페굴라는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오픈에서 우승한 뒤 “나는 어머니가 한국에서 입양된 하프 코리안”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페굴라의 어머니 킴 씨(55)는 1974년 서울 노량진 파출소 앞에 버려졌다. 이후 보육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1969년 6월 7일생 김숙희’가 됐다. 실제 생일이 언제인지, 본명이 무엇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리고 1974년 12월 30일 미국에 살던 커 부부가 그를 입양하면서 보육원에서 얻은 성(姓)이 이름이 됐다.

1993년 남편 테리 씨(73)와 결혼한 킴 씨는 천연가스, 부동산,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통해 부부 합산 77억 달러(약 10조2900억 원)에 이르는 재산을 모았다. 전 세계에서 이보다 재산이 많은 사람은 400명이 되지 않는다. 그 덕에 페굴라도 전 세계 최고 부자 테니스 선수로 평가받는다. 페굴라도 이번 대회 전까지 상금으로 약 1431만 달러(약 191억1500만 원)를 벌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역대 4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페굴라는 카롤리나 무호바(28·체코·52위)를 상대로 개인 첫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무호바는 이날 베아트리스 아다드 마이아(28·브라질·21위)를 2-0(6-1, 6-4)으로 물리치고 준결승에 올랐다. 대진표 반대편에서는 아리나 사발렌카(26·벨라루스)와 에마 나바로(23·미국·12위)가 준결승 맞대결을 벌인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