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적용 공공 전시시설 세금 ‘줄줄’ 울주문화전시관 6년만에 철거… 50억 들인 ‘통영VR존’은 축소 해경 홍보관, 민간 개방도 안해… “주민 설명회-중장기 계획 필요”
지난달 22일 울산 울주군청 1층에 마련된 울주문화전시관이 폐쇄돼 있다. 2018년 지어진 이 전시관은 시민들의 외면 끝에 올해 철거 후 재난상황실로 바뀐다. 울산=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이 전시관은 2018년 울주군청 신청사와 함께 문을 열었다. 각종 홍보 전시물은 물론이고 4억7000여만 원을 들여 가상현실(VR) 반구대 암각화 체험존까지 만들었지만 시민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2021년에는 VR 기기마저 고장난 채 수리하지 못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장기간 방치되다가 결국 개관 6년 만인 올해 철거됐다. 군 관계자는 “전임 단체장 시절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만들어졌다”며 “리모델링을 통해 재난상황실로 쓰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 검증 않고 “짓고 보자” 반복
경남 통영시에 조성된 ‘삼도수군통제영 실감콘텐츠 체험존(통영VR존)’도 대표적인 부실 운영 사례로 꼽힌다. 정부 공모 사업에 선정돼 확보한 국비 25억 원 등 총사업비 50억 원을 들여 2020년 5월 개장했지만 3년간 이곳을 찾은 관람객은 하루 평균 17.8명에 불과했다. 해마다 1억 원 이상 적자에 허덕인 끝에 지난해에는 반년 이상 임시 휴관한 뒤 축소 운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폐관 뒤 다른 용도로 활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컨설팅 결과가 나왔지만 조기 폐관마저 쉽지 않다. 정부 공모 사업으로 ‘놀이시설 내구연한’ 기준인 평균 5년을 다 채우지 못하면 지원받은 국비를 전액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치해 놓고 수년째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있다. 해양경찰청은 2009년 인천 본청에 3억800만 원을 들여 해양경찰청 홍보관을 만들었다. 하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해양경찰청이 해체됐다가 2018년 부활한 뒤로 현재까지 홍보관을 민간에 개방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약 4400만 원을 들여 시설을 리모델링했지만 여전히 문은 닫혀 있다. 해경 관계자는 “홍보관 운영 지침을 마련하는 등 공개 운영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해명했다.
● “사전 주민설명회-중장기 계획 필요”
관람객이 저조한 경북 구미시 새마을운동 전시관은 중복 투자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북도 제공
김진형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중장기 계획과 방문객 유치 및 마케팅 전략을 건립과 동시에 수립하고 이에 따라 효율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울산·통영=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구미=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