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돌리기’ 응급의료] 광주 심정지 대학생 근처 응급실 못가 부산 공사장 추락 70대 이송후 숨져
정부가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대형병원 응급실에 배치한 군의관 중 진료를 거부하거나 원래 근무지로 복귀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응급실에 투입하겠다고 한 군의관 250명 중 응급의학 전문의는 8명에 불과해 정부 대책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센터)인 이대목동병원은 전날 파견된 군의관 3명과 면담한 후 소속 부대 복귀를 결정했다. 이들은 응급의학이 아닌 다른 필수과 전문의들로 “응급실에서 근무한다는 사전 고지를 못 받았다”며 응급실 근무가 부담스럽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은 현재 전문의 7명만 남아 2인 1조 응급실 근무 편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 남부 권역센터인 아주대병원의 경우 응급실에 배치된 군의관은 모두 3명이지만 5일에는 마취통증의학과 출신 1명만 출근했다. 파견 군의관 2명이 모두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세종충남대병원에서도 업무 범위 등을 논의하다 의견이 안 맞아 원래 근무지로 복귀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응급의료 공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5일 오전 광주 조선대에선 20대 학생이 벤치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지만 같은 캠퍼스에 있는 조선대병원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후 의식 불명 상태다. 2일 오전 부산에선 공사 현장에서 자재를 운반하던 70대가 2층 높이에서 추락해 크게 다쳤지만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서 수차례 거절당했다. 결국 사고 현장에서 50km 떨어진 고신대병원에 이송됐다가 숨졌다.
응급의료 전문의뿐 아니라 배후 진료과 전문의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는 병원도 급격히 늘고 있다. 복지부가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올라간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는 1만61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52.2% 늘었다.
한편 대통령실은 전국 광역지자체 17곳의 권역 응급의료 현장에 비서관급 참모진을 파견해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또 추석 명절 기간인 11∼25일 지방자치단체장을 반장으로 한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운영하고 전국 응급실 409곳에 전담책임관을 지정해 일대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