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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철, US스틸 인수 딜레마…바이든 중단 결정 전 계약 파기 시 거액 위약금

입력 | 2024-09-06 11:20:00

美정치권·노조 반발에 인수 전략 수정 불가피
안보 우려 내세운 CFIUS 심사 통과 어려울 듯
CFIUS 심의 결과 대선 이후로 늦출 가능성도



ⓒ뉴시스


일본제철의 미국 대형 철강 업체인 US스틸 인수 계획을 미 정부가 저지하는 방향이 된 가운데 일본제철은 계속 인수를 추진하는 방향이지만 매각 중단 명령이 나오면 전략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6일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현지 언론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US스틸 매각 중단 명령을 내리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동맹국인 일본의 기업에 대해 안보 상의 이유로 인수를 금지한다면 이례적이라고 닛케이가 지적했다.

인수 계획에 대해서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안보 상의 우려가 없는지를 심사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CFIUS가 이미 일본제철에 안보 상의 우려를 전달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수일 내에 공식 결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CFIUS가 인수는 인프라 등에 필요한 철강 공급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있어 국가 안보상의 위험을 초래한다는 서한을 지난달 31일 양사에 송부했다고 전했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 등 대미 투자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대통령에게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US스틸과 일본제철은 CFIUS에 심의를 자발적으로 신청했다.

닛케이는 “일본제철은 대선 이후를 내다보고 추가 투자 등을 내놨지만 예상보다 빨리 미국 정부가 움직이면서 오산이 생겼다”며 “실제로 중단 명령이 나오면 심사가 종료돼 인수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워진다”며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를 위해 여러가지 수를 써 왔다. 8월29일에는 US스틸 제철소에 총 13억달러 이상을 추가로 설비 투자한다고 발표했고, 9월4일에는 이사의 과반수를 미국 국적자로 지명한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그러나 US스틸 본사가 있는 미 동부 펜실베이니아주가 대선 격전지 중 하나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 일본제철의 오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는 CFIUS에 정통한 한 미국 변호사를 인용해 “미국 대통령 선거라는 타이밍에 (US스틸 매각이) 정치화돼 버렸다. 일반적으로는 대선이 없었다면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미국 대통령이 인수안건에 대해 중단 명령을 내린 뒤 번복된 사례는 드물다고 한다.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중단 명령을 내릴 경우 일본제철이 인수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기는 어려워진다.

매각 중단 명령이 나오면 CFIUS에 같은 안건을 재신청할 수 없다. CFIUS의 심사 통과를 목표로 한다면, 틀을 근본적으로 변경해 전혀 다른 안건으로 신청해야 한다. 그래도 안보에 대한 우려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닛케이가 지적했다.

닛케이는 “동맹국 기업에 의한 M&A라면, 우려를 경감하는 조치를 취한 후 승인하는 것이 표준적인 프로세스다. 다만 ‘우려’의 상세한 내용을 미 정부가 공개하는 일은 없어 일본제철로서는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며 “미국 정부의 적정절차 위반을 주장하며 일본제철이 소송을 제기하는 선택지도 있지만 연간 단위의 시간이 걸릴 것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미 당국의 매각 중단 명령이 나오기 전에 CFIUS에서의 심사를 취하하는 것이 선택지로 거론된다. 선거기간 중에 협상하는 것보다 선거 후에 협상하는 것이 일본제철 쪽에서는 유리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CFIUS는 법에 따라 45일 이내에 심의를 완료해야 한다. 이후 45일간 추가 조사가 가능하다. 최장 90일 이내에 심의를 완료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당사자가 신청을 철회하고 다시 제출하는 방식으로 심의 기간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쓰는 경우도 있다.

다만 CFIUS에 대한 신청을 취하할 경우, 인수의 파기에 따른 위약금을 지불할 가능성이 있다는 새로운 문제도 생긴다고 닛케이가 지적했다.

US스틸과의 계약에는 인수계약이 파기될 경우 일본제철이 US스틸에 5억6500만달러(약 7533억원)의 위약금을 지불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일본제철은 재무상 상당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