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만난 한국문학/강진호 지음/520쪽·2만2000원·민음사
경북 안동의 이육사, 충남 부여의 신동엽, 강원 봉평의 이효석 등 한국 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배경이 된 23곳을 답사한 기록을 모은 책이다.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여행기와 비평문을 매끄럽게 넘나들며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섬세한 답사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전 작고한 문인들의 삶을 지근거리에서 들여다보는 듯한 재미를 느끼게 된다. 만해 한용운이 만년을 보낸 서울 성북구의 심우장에 간 저자는 생가를 둘러보며 독립운동가로도 활동한 시인의 올곧음을 톺아본다. 책에 따르면 생가는 애초에 남향으로 지어질 예정이었으나 만해가 ‘조선총독부 건물과 마주하지 않겠다’며 북향으로 지어졌다.
여행지 곳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묘사한 수려한 문장들은 당장 떠나고 싶은 충동을 일게 만든다. 시 ‘깃발’ ‘바위’ 등을 쓴 유치환의 흔적을 찾아 경남 통영으로 떠난 저자는 남도의 바다에 대해 이렇게 적는다. “남도의 해안 끄트머리에 이르러 부챗살처럼 퍼진 어항에 늘 넘실대는 푸른빛 바다는 (중략) 내륙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세계”.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