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집단 일반화 해 자신과 분리… 유독 한국에 ‘노○○존’ 많은 이유 ‘MZ세대론’ 등 외부 규정도 문제… 초고령사회 앞두고 갈등 풀어야 ◇생 존 십: 협력 개인의 출현/구정우 지음/352쪽·1만8000원·쌤앤파커스
2022년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한 어린이가 아동 청소년 인권단체 회원들과 함께 ‘노키즈존’의 부당함을 알리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동아일보 DB
2044년 대한민국. 제27대 총선을 앞두고 ‘젊은당’은 70세 이상 노인의 투표권을 1표에서 0.5표로 조정하겠다는 파격적 공약을 내놓는다. 초고령사회 한국에선 70세 이상 유권자가 압도적으로 늘어난 상황. 청년층은 점차 소외당하니 불공정한 1인 1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 세대 표심을 잡느라 혈안이 된 젊은당에 젊은층은 뜨거운 지지를 보낸다. 반면 노인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반발한다. 외신도 “한국이 인구, 민주주의와 관련한 급진적 정치실험 중”이라고 보도한다. 한국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꽤 도발적인 상상으로 포문을 연 저자는 “‘노인 0.5표’는 현 시점에선 황당무계한, 노인 차별적 발상”이라면서도 20년 후에도 마냥 발칙한 발상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 것인지 반문한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로 20년 뒤 한국에선 노인 인구가 청년 인구의 2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이라도 세대 간 대립을 완화할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암울한 미래를 피하기 힘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로 지금이 세대 갈등을 돌파할 ‘골든타임’이라는 것.
난해한 제목을 풀어보면 ‘생(生)’ ‘존(zone)’ ‘십(ship)’이다. 각각 우리의 삶, 나와 타인을 구분 짓는 물리적·정신적 공간, 관계 맺기를 의미한다. 한국에선 어딜 가든 보이지 않는 칸막이를 만들고, 일정한 마인드세팅과 관계 맺기를 강요한다는 게 저자의 시각. 21세기 한국인은 ‘생존십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노인들의 출입을 금하는 ‘노시니어존’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저자는 “상호 배제와 세대 갈등은 서로에게 충분히 익숙해지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한 대가”라고 지적한다. 동아일보 DB
사실 세대 갈등은 어느 정도 필연적이다. 인류는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세대 갈등이 심한 건 ‘외부 호명’ 방식으로 세대 정체성이 형성된 영향도 있다. 세대 정체성이 당사자들과 상관없이 외부 세력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 저자는 “기성세대가 가치관을 정당화하는 목적으로 MZ세대론을 전파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