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고층건물 불 나면 어떻게 탈출할까 고층 아파트 화재 사례 분석해보니… 최근 5년간 국내서 1만4112건 발생 사인은 질식-화상-추락 순으로 많아… 전기 사용 많은 여름철이 가장 위험
지난해 12월 25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 70대 남성의 담배꽁초에서 시작된 불로 3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위로 치솟는 불길과 연기가 보인다. 도봉소방서 제공
우리나라 주거 형태가 갈수록 아파트에 몰리는 가운데 잇단 화재 사건에서 아파트 화재에 대한 관심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아파트 화재로 숨진 사망자의 70% 이상이 연기 흡입이 사망 원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원인은 음식물 조리, 담배꽁초 등 ‘부주의’가 약 절반이었다.
5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간 발생한 아파트 화재는 총 1만4112건이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2993건이 발생해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다. 지난 5년간 아파트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1781명(사망 174명·부상 1607명)으로 같은 기간 전체 화재 인명 피해(1만2072명)의 14.7%를 차지했다.
사망 원인으로는 유독가스 등의 연기 흡입이 가장 많았다. 연기 흡입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124명으로 전체의 71.2%를 차지했다. 화상 사망자가 14명(8%), 뛰어내림 등 추락으로 인한 사망자가 11명(6.3%)으로 뒤를 이었다.
한편 최근 5년간 발생한 아파트 화재의 90.1%는 ‘발화 지점만 연소한 화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화재로 인한 화염이 전체 가구, 다른 층, 다른 가구로 확산하는 것이 아니라 주방, 침실 등 특정 공간에서만 진행된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발화 지점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는 총 890명으로 전체 인명 피해의 50%를 차지했고, 다른 층에서 대피하다 발생한 인명 피해는 143명(15.8%)이었다.
아파트는 화재가 다른 층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적지만, 대피 도중 연기에 질식사하는 경우가 많아 무조건적인 대피보다는 실내에 대기하며 창문 등 연기 유입을 막아야 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층과 규모 등이 파악되지 않았다면 무조건 대피보다는 화재 상황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