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이 4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 30분까지 응급실의 모든 성인 진료를 중단한 가운데 한 어린이가 구급대원의 품에 안겨 이 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들어서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추석 연휴를 앞둔 응급의료 공백이 악화일로에 놓여 있다. 5일 오전엔 광주 조선대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대학생이 100m 떨어진 대학 병원에 의사가 없어 수용을 거부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대형병원에는 응급의료 전문의뿐만 아니라 배후 진료과 전문의도 부족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국 소아응급센터 11곳 중 7곳은 진료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우리 아이 살려달라”며 충청 강원 부산에서 경기 분당 응급실까지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응급실 대란 우려를 일축하던 정부는 뒤늦게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불안감만 부추기고 있다. 대형병원 응급실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군의관 250명 중 응급의료 전문의는 8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의료 소송에 대한 부담감에 응급실 근무를 꺼린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국 17개 시도 권역응급의료 현장에 비서관급 참모진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방해 되니 제발 오지 말라”는 비난만 샀다. “전화할 수 있으면 찢어져 피가 나도 경증” 등 잇단 강경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보건복지부 차관에 대해서는 여당에서도 경질 요구가 제기된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6일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해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은 정부 대응만으로는 사태 수습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의료 공백에 대한 민심 악화도 외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4%, ‘아플 때 진료받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는 응답은 79%나 됐다. 의대 증원 발표 직후 80%에 육박하던 의대 증원 찬성 여론은 50%대로 줄어들었다. 대통령 지지율은 23%인데 부정적 평가 사유 1위가 의대 증원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