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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무자격 업체 공사, 절차 위반”… 용산 이전 ‘위법’ 이것 뿐일까

입력 | 2024-09-06 23:27:00



감사원이 용산 대통령실·관저 이전 불법 의혹에 대해 감사를 진행한 결과 대통령실이 건축 공사 계약 체결 과정에서 국가계약법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감사 보고서를 의결했고, 다음 주중에 대통령실에 주의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2022년 12월 감사에 착수한 지 1년 8개월 만에야 나온 결론이다.

감사원은 리모델링 공사 등을 진행할 민간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위반한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고 한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26조는 국가기관이 수의계약으로 체결할 수 있는 경우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전 공사를 신속하게 마쳐야 한다는 이유로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공사계약을 따낸 업체로부터 하청을 받은 업체 가운데 무자격 업체가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업체 선정 과정에서 내부 직원이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정황도 포착됐다.

이번 감사는 감사원이 먼저 착수한 것이 아니라 2022년 10월 참여연대가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이전까지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쓰이던 대통령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업체가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 가운데 한 곳이고, 증축공사를 할 수 있는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감사 결과에 대해 6일 대통령실은 “공사 계약은 지난 정부에서 체결해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실 이전은 공식 취임 이전이라고는 하지만 대선 승리로 사실상 실권을 장악한 현 정부의 주도로 이뤄졌는데도 전 정부 탓을 하는 것은 전형적인 책임 회피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이전 일정을 무리하게 강행한 것은 현 정부 아닌가.

민주당은 “특검이 궤도에 오를 준비를 마치자 면죄부 처분이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감사원이 이례적으로 7차례나 감사 기간을 연장하며 시간을 끌더니 결국 ‘주의 촉구’에 그쳤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사소한 절차 위반 정도로 이번 의혹을 덮으려 해선 안 된다. 업체 선정 등의 과정에 김 여사가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 등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진위를 가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