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성모병원을 찾아 응급실 운영 상황 등을 점검하는 모습. 윤 대통령이 현장에서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뒤에 보이는 병상은 비어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상헌·정치부
최근 만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9시경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성모병원을 찾은 직후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을 본 뒤 이렇게 말하며 “많은 국민들도 (이 모습에) 의문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서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는 윤 대통령 뒤 3개 병상에 환자가 보이지 않았다.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는 윤 대통령이 빈 병상을 바라보는 사진도 있었다.
그날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윤 대통령의 응급실 방문을 동행 취재할 수 없었다. 보통 대통령 행보에는 ‘풀 기자’라 불리는 공동취재단이 동행한다. 하지만 이날 응급실 방문은 대통령실 소속 사진·영상 담당 직원들만 동행하는 ‘전속 취재’로 이뤄졌다.
‘풀 취재’는 경호 및 원활한 행사 진행 등을 위해 다수의 기자가 취재하기 힘들 경우 소수의 취재진이라도 출입기자단을 대표해 현장을 취재한 뒤 기자단에 공유하는 방식이다. 풀 취재가 어려운 행사에만 부득이하게 대통령실 소속 사진·영상 담당 직원들이 전속 취재 형태로 들어간다.
이날 풀 취재를 허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환자와 의료진도 있고, 응급실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 여권 관계자는 “응급실도 풀 취재 수준은 통제가 가능한 장소”라며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일정인데 전속 취재로만 진행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3일 서울 도봉구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을 찾아 추석 장바구니 물가를 점검하는 일정도 전속 취재로 진행됐다.
풀 기자가 응급실 현장에 동행했다면 병상에 환자가 없는 상황 등에 대해 직접 보고 듣고 질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찾은 응급실 현장을 더 정확하고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중요한 행보에는 항상 기자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기본적 알 권리도 충족되고 불필요한 논란이 벌어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