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데이터로는 차별화 어려워 고유 자원·역량 적용하거나 AI 중심으로 비즈니스 재편해야
생성형 인공지능(AI)은 데이터 패턴을 식별해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 등 인간의 창작물과 매우 유사한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한다. 생성형 AI가 많은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기업은 이 기술을 사용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 기회와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다. 생성형 AI는 이전에는 부유층만 이용할 수 있었던 법률 서비스를 포함한 맞춤형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람이 주도하는 프로세스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며 유익한 방식으로 고객에게 제품 등을 추천하기도 한다.
생성형 AI를 초기에 도입한 영리한 기업들은 단기간에 이런 가치를 확실히 포착했다. 그러나 비교적 머지않아 거의 모든 기업이 생성형 AI를 적용하게 되면 AI가 어느 한 기업에만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생성형 AI를 통해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이 바니 미국 유타대 데이비드 에클스 경영대학원 교수와 마틴 리브스 BCG헨더슨연구소장이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24년 9-10월호에 쓴 글을 요약해 소개한다.
● 독점 데이터의 명과 암
실제 적용 현장에서는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수년 동안 직원, 공급업체,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온 기업에 이런 정보는 고유한 자산이다. 하지만 경쟁사도 같은 작업을 해왔을 수 있다. 두 데이터는 서로 다르지만 그 안에서 포착된 패턴은 매우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생성형 AI는 서로 다른 두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달하지만 유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차별화된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될 수 없는 셈이다.
또한 생성형 AI를 학습시킬 때 기업이 가진 데이터 규모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회사에 10억 개 데이터가 있는 반면 주요 경쟁사의 데이터는 5000만 개에 불과하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5000만 개의 데이터 샘플로도 생성형 AI 알고리즘이 명확한 패턴을 식별할 수 있다면 데이터 규모는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경쟁 우위 원천은 ‘고유 자원과 역량’
조직에 복제할 수 없는 귀한 역량과 고유한 자원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회사가 가진 역량과 자산이 희귀하고 다른 기업이 모방하기 어렵다면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인사이트는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이런 혜택은 아마존과 유사한 자원 또는 역량을 갖춘 기업만 누릴 수 있다. 월마트와 카르푸가 이에 근접할 수 있겠지만 그 외에는 거의 없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하고자 하는 경쟁업체가 유사한 자산을 구축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아마존과 같이 모방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고유한 역량과 자원을 갖춘 기업의 생성형 AI는 주로 내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생성해 내며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고유의 역량과 자원이 부족하더라도 생성형 AI를 통해 이점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단순히 독점 데이터를 활용한 생성형 AI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넘어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통합돼 이를 바탕으로 생성형 AI가 인사이트를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생성형 AI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는 프로그램 그 이상이 될 것이다. 비즈니스 전체가 변화하는 환경에 매우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이는 적어도 경쟁사가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재구축하기 전까지는 모방하기 어려운 민첩성을 창출할 수 있다.
● 생성형 AI로 기존 장점 강화해야
오늘날 개인용 컴퓨터나 인터넷 없이 비즈니스를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AI도 마찬가지다. AI 없이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생성형 AI는 거의 모든 산업과 직무에서 표준 도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겠지만 일반적인 기술 혁신의 특성상 생성형 AI는 모든 기업에 동일한 기회를 주지 않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생성형 AI의 힘을 부정한다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며 이를 채택하는 기업은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현 단계에서 실제로 승리를 거머쥘 기업은 이미 가진 장점을 강화하는 데 생성형 AI를 적용하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