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태로 인한 응급실 의료 공백이 지속되고 있는 8일 서울 시내 한 응급의료센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09.08. [서울=뉴시스]
의료공백이 7개월째 이어지며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진행한 설문에서 한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요즘만큼 출근하기가 무서웠던 적이 없다”며 이렇게 답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4~6일 응급의학과 전문의 4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현장에서 의료진이 느끼는 근무 강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한 3월 이후 근무 강도가 증가했다는 답변은 전체 응답자의 98%(465명)였으며 ‘3월 이후 응급실 환자가 늘었다는 답변도 66%(315명)에 달했다. 대형병원 응급실이 제한적으로 환자를 받으면서, 전공의가 없었던 중소병원 응급실의 업무 부담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번아웃이 심각해 한 달 내 전국적으로 응급실 운영이 중지될 위험이 높다”고 했다.
대다수 응급의학과 의료진들은 “비상진료체계로 위기관리가 가능하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응답자의 91%에 달하는 433명이 “현재 응급실은 위기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더 나아가 응답자의 96%(457명)는 다음주 추석 연휴에 응급실이 위기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응급실 뺑뺑이’가 이어진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주변 대학병원들의 배후 진료 축소로 중등증 환자의 전원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 의료진은 “2차 병원에서 중증 환자를 3차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할 때 최소 10곳 이상 문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