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서 식품사 대표와 전략회의… 첫번째 협력상품으로 빼빼로 선정 “해외서 가장 반응이 좋은 브랜드… 2035년까지 아시아 넘버원 육성” 신유열 미래성장실장 역할 주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유럽 출장 중에 벨기에 신트니클라스 소재의 길리안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롯데그룹이 성장 둔화를 극복할 새로운 동력으로 연간 매출액 1조 원 이상의 ‘메가 브랜드’ 육성에 나선다. 첫 타자로는 해외 매출액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빼빼로’가 낙점됐다. 내수 부진으로 유통·식품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한국롯데와 일본롯데 주요 식품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를 처음으로 직접 주재해 힘을 실었다.
회의에는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 다마쓰카 겐이치 롯데홀딩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식품사 전략회의는 그간 계열사 경영진 위주로 진행됐지만, 이번엔 신 회장이 직접 주재했다. 한국과 일본이 아닌 제3국에서 열린 것도 처음이다.
롯데 측은 빼빼로를 낙점한 배경은 매출 성장세에 있다고 밝혔다. 빼빼로는 지난 5년간 국내외에서 모두 실적이 상승하며 지난해 매출 2000억 원을 넘겼다. 특히 미국, 인도 등에서 선전해 해외 매출이 5년 만에 58.8% 늘었다. 그룹 관계자는 “해외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식품 브랜드인 만큼 한일이 함께 키워보자는 의미”라고 했다.
한일 롯데는 빼빼로 제조사인 롯데웰푸드와 그룹 내 일본 식품사인 ㈜롯데가 제품 경쟁력 강화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 또 해외 공동 마케팅, 유통망 효율화, 신제품 관련 양국 교차 지원 활동 등을 통해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한국에서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 일본에서 먼저 소비자 반응을 살필 수도 있다. 그룹 관계자는 “롯데웰푸드가 강세인 인도 지역, 일본 롯데홀딩스가 강세인 베트남 등 각자 다른 전략 지역에서 서로 마케팅, 유통을 도울 수 있다”며 “한국, 일본 상품이 아닌 ‘롯데 상품’을 강조하는 브랜딩 전략도 함께 논의했다”고 전했다.
한일 롯데가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오너 3세인 신 전무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신 전무는 지난해 말 전무로 승진하면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을 맡았다. 올해 6월엔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이달 3일 롯데지주 자사주 4255주(0.01%)를 매수하는 등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 전무가 이번 메가 브랜드 육성에도 분명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한편 식품사 전략회의 외에도 폴란드 베델, 벨기에 길리안 등 롯데가 인수한 초콜릿 회사의 생산시설을 점검하며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5일엔 영국 런던에서 건축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을 만나 최신 건축 디자인 트렌드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