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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와수다” 50년만에 독도 바다 들어간 제주 해녀

입력 | 2024-09-09 03:00:00

19세때 독도서 물질 장영미씨
“잘 보존된 독도 바다 뺏겨선 안돼”
울릉도 둘째 언니 묘소 찾기도



5일 장영미 씨(왼쪽에서 세 번째)를 포함한 제주 해녀 7명이 독도 바닷가에서 태극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이들은 1970년대 울릉도와 독도에서 물질을 했다. 제주도 제공


“언니! 영미 와수다(왔어요)!”

일흔을 바라보는 제주 해녀가 50년 전 두 언니와 누볐던 독도 바다에 입수했다. 19세 처녀 때 울릉도와 독도에서 물질을 했던 장영미 씨(69·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이야기다.

8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이달 5일 장 씨 등 총 7명의 제주 해녀가 독도 바다에 입수했다. 장 씨의 경우 1970년대 울릉도와 독도에서 물질생활을 경험한 주인공이다. 행사는 제주도가 과거 독도에서 활약한 해녀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했다.

장 씨는 열아홉이던 1974년 울릉도와 독도를 시작으로 11년 동안 제주 밖에서 해녀 생활을 했다. 10남매 중 일곱째인 장 씨는 당시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먼저 뭍으로 나간 둘째, 여섯째 언니를 따라 울릉도로 향했다. 장 씨는 “둘째 언니는 20년 동안 울릉도와 독도에서 물질을 한 뒤 고향에서 생을 마감했다”며 “여섯째 언니는 울릉도에서 사망해 묘지도 울릉도에 있다”고 했다. 독도로 가기 전날 울릉도에 있는 언니 묘소를 찾은 그는 함께 물질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당시 제주 해녀들은 독도 서도의 ‘물골’에서 몇 달씩 머물렀다. 물골은 독도에서 유일하게 식수가 솟아오르는 동굴이다. 특히 해녀들은 독도 의용수비대와 경비대에 필요한 물품 운반, 식수 보급, 식량 조달까지 도왔다.

50년 만에 독도 바다를 살핀 장 씨는 “독도 땅은 관광객도 많아지고, 길도 생기는 등 변한 곳이 많은데, 바당(바다) 속은 어느 고망(구멍)에 뭐가 있는지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대로”라며 “잘 보존된 독도 바다를 남의 나라에 뺏기지 않도록 나라가 대응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