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환자(왼쪽)와 보호자가 순서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 최근 응급의료 공백이 확산되면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수용을 거절당하거나 진료가 지연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국무조정실이 7일 보도 설명 자료를 내고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하루 전 대통령실과 여당이 여야의정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논의, 조정할 수 있다”고 발표한 후 일부 언론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결정”이라고 보도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밝힌 입장이 정부의 일관된 정책 기조라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의대 증원은 마무리”라고 했고, 같은 날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방송에 나와 “2025,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공표는 마무리됐고 그 이후에 대해선 열려 있다”고 부연 설명하며 여당이 제기한 2026학년도 증원 유예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대란 우려에 여론이 악화하자 처음으로 “원점 재논의”까지 거론하며 한발 물러섰다. 9일 새 ‘마무리’ ‘원점 재논의’ ‘재논의 불가’로 정부 발표 내용과 뉘앙스가 오락가락하면서 정책에 대한 불신과 의료 대란의 불안감만 키우고 있는 셈이다.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 의사단체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철회’를 요구하며 참여를 거부하고 있지만 여당 내부에서는 9일부터 대학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 의료계 분위기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육부도 입시 일정상 증원 번복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의대 증원에 따른 교육 인력과 시설 확충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내년도 보건 분야 예산 증가 폭이 5.4%로 보건복지부 총예산 증가율(7.4%)을 한참 밑도는 데다 건강보험료가 처음으로 2년 연속 동결돼 의대 교육에 대폭 투자할 여력도 없어 보인다. 의사단체가 의대 증원 철회를 주장하는 주요 근거가 부실 교육 우려인데 이 부분은 해소하지 않으면서 ‘시간은 우리 편’이라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