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정부 “응급실 거부 군의관 징계 협의”… 논란일자 “답변과정 잘못 전달” 번복

입력 | 2024-09-09 03:00:00

[‘폭탄 돌리기’ 응급의료]
의협 “땜질식 명령-협박 남발”
복귀 전공의 3개월 수련 공백 면제



전공의 이탈로 불거진 전국 병원의 응급실 위기 상황이 추석 연휴를 1주일 앞두고 더욱 악화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표출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80곳의 후속 진료 가능 여부 분석 결과, 이달 5일 현재 27개 중증·응급질환의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모두 88곳으로, 평시인 2월 첫째 주(109곳)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게시된 진료 지연 안내문. 2024.9.8/뉴스1


응급의료 공백을 해소하겠다며 파견한 군의관들이 응급실 근무를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해당 군의관들에 대한 징계를 국방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가 논란이 되자 2시간 만에 번복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땜질식 명령과 협박을 남발하는 정부는 정신 차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8일 복지부는 응급실에 파견된 군의관의 근무 거부를 놓고 “군의관을 다른 병원으로 보내더라도 (근무 거부 등)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지속적 교육 및 설득과 함께 군인 근무지 명령 위반에 따른 징계 조치 등을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4일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이대목동병원과 아주대병원 등 대형병원 5곳에 군의관 15명을 파견했다. 그러나 이들이 응급실 근무를 부담스러워해 모두 대기 중이거나 응급실 대신 중환자실 등에 투입된 상태다.

정부의 징계 방침이 나오자 의료계에선 “비전공자에게 응급실 근무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징계한다는 건 부당한 조치”라는 반발이 나왔다. 결국 복지부는 징계를 언급한 지 2시간여 만에 “서면 답변 과정에서 내용이 잘못 전달됐다. 응급실 근무 거부 군의관에 대한 징계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바꿨다. 국방부도 “파견 군의관의 근무지 명령 위반 징계 조치와 관련해 복지부의 요청을 받은 바 없으며 징계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군의관 상당수는 응급실 근무를 거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을 꼽는다. 하지만 복지부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의 과실에 의한 배상책임이 발생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서 책임을 부담하는 배상책임 동의서를 65개 기관이 이미 4월에 제출했다”며 “병원의 배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이를 보완하는 단체보험에도 가입해 청구 건당 2억 원까지 보상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환자와 의료진의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돈으로 보상할 수 있는가”라며 “징계로 협박하며 역량 이상의 진료를 강제하는 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까지 복귀한 전공의들에게 추가 수련 기간 3개월을 면제해주는 내용의 ‘전공의 수련 특례 적용 기준안’을 이달 초 공고해 최근 의견 수렴을 마쳤다. 특례를 적용해 이달 초 복귀한 일부 사직 전공의들의 상급 연차 진급 및 내년 초 전문의 취득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