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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주담대 이어 신용대출 제한 검토

입력 | 2024-09-09 03:00:00

주담대 규제뒤 신용대출 늘어나
대출한도 연소득 내로 축소 거론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조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과 은행권 대출 규제 등으로 주담대를 억누르자 신용대출이 부풀어 오르는 등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주담대는 9월 들어 5일새 8835억 원가량 늘었고, 신용대출은 4759억 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대출이 특히 가파르게 불어나며 5일 만에 올해 들어 월별 증가액이 가장 컸던 8월(7759억 원) 증가 폭의 절반을 넘어섰다.

8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숫자 추이를 살펴보면서 필요시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추가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신용대출에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적용해 대출한도를 연 소득 내로 묶어버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2금융권에 대출 증가세가 옮겨붙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3대 생명보험사의 주담대는 8월 한 달 새 3832억 원 늘어났으며 한화생명의 주담대는 9월 들어 나흘 만에 물량이 조기 소진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도 당초 이달로 예정됐던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 완화(부부 합산 1억3000만 원→2억 원)를 연말로 미뤘다. 정책성 대출이 대출 수요를 키우고, 더 나아가 집값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자 소득요건 완화 시기를 늦추며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정부, 저축은행-카드사 대출도 옥죄기… 실수요자들 “당장 잔금 어쩌나” 불안



주담대 이어 신용대출 제한 검토
“자고 일어나면 정책 바뀌어” 지적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와 은행들의 대출 만기 축소 등으로 이미 연소득 1억 원 직장인 기준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많게는 1억3000만 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에 따르면 9월 이후 스트레스 DSR 2단계 체제에서 연봉 1억 원 대출자가 3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로 수도권 주담대(혼합형 금리)를 받을 경우 최대 6억52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만약 DSR 2단계 시행 전이자, 은행권의 만기 축소 전(40년 만기)인 8월에 대출받았다면 한도는 7억8800만 원이었다. 불과 며칠 새 한도가 1억3600만 원 줄어든 것이다.

이같이 줄어든 대출 한도를 메우기 위한 수요가 신용대출, 더 나아가 2금융권으로 몰릴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금융당국은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대두됐던 2021년에도 내 집 마련을 위해 ‘영끌족’들이 신용대출은 물론이고 카드론까지 끌어다 쓰는 현상이 감지된 바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주부터 저축은행 신용대출과 카드사의 카드론 등 현황을 일일 점검하기로 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7월 말 카드론 잔액은 41조2266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추이를 보면서 ‘영끌’ 수요가 감지되면 카드론 한도 축소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출 시장 상황에 실수요자들의 불만은 거세지고 있다. 임모 씨(37)는 “주담대 한도 축소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막을 수 있다고 하니 만에 하나 11월 예정된 잔금을 못 치르면 어떻게 될지 불안감이 크다”면서 “최근 며칠 새 연차라도 쓰고 은행에 갔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스트레스 DSR 2단계 실시 연기(7월→9월), 일관성 없는 정책 모기지 대책 등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더 키웠다고 진단했다. 그 피해는 대출시장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를 인위적으로 줄이려다 보니 주담대 금리부터 한도, 신용대출 한도까지 조정되고 자고 일어나면 대출 조건이 변화하는 등 실수요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영업자, 저소득층에 대한 정책 대출 등으로 가계부채를 키워온 정부가 지금이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부채 축소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