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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달라진 결혼 풍속도…“혼인신고 왜 서둘러요?”

입력 | 2024-09-09 05:26:00

“굳이 혼인신고 필요성 못 느껴” “행정적 절차에 불과”
“청약·대출 등 혜택 필요할 때 혼인신고 해 누리겠다”



서울 종로구 혼인신고서 작성대 모습. 2024.7.24/뉴스1 


결혼 10년 차 40대 자영업자 여성 A 씨는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른바 ‘혼인신고 페널티’로 불리는 청약이나 대출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자녀가 없고, 배우자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 상태에서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이유에서다.

A 씨는 “인생이 어찌 될지 모르는데 배우자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굳이 혼인신고를 할 필요가 있나 싶다”며 “만에 하나 헤어질 경우 재산 분할이나 이런 절차도 복잡해질 것 같은데 이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혼 5년 차인 40대 남성 B 씨도 마찬가지다. B 씨는 “100세 시대라 앞으로 50년은 더 살 텐데 주변에 이혼한 사람도 있고 혼인신고까지는 좀 신중하게 보고 있다”며 “정부에서 부부 주택 청약 제한을 완화해서 혼인신고를 생각해 봤지만, 아이가 없는 상태에서 굳이 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부 5쌍 중 1쌍은 결혼 후 1년 이상 혼인신고를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후 혼인신고까지 걸린 기간이 1년 미만인 비율은 82.23%로, 2014년 89.11%에서 확연히 떨어졌다.

반면 지난해 결혼 후 혼인신고까지 걸린 기간이 2년 이상인 비율은 8.15%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5%대를 유지하다 2021년부터 7%대로 급증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통계(확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23만 명 중 혼인 외 출생아는 1만 9000명으로 전체 4.7% 비중을 차지했다.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다.

혼인신고를 미룬 이들은 “혼인신고가 행정적 절차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본인에게 이득이 되면 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신고를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식이다.

지난 7월 식을 올린 결혼 3개월 차 김 모 씨(31·여)는 “혼인신고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당장 청약이나 대출 등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상태에서 혜택이 필요할 때 신고를 통해 법적으로 누릴 수 있는 부분을 누리겠다는 게 요즘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는 배우자는 좋지만 시댁과 갈등이 커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문제를 안고 살아서 혼인신고를 보류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제도 개선에 나섰다. 혼인신고가 페널티가 되지 않도록 가장 많이 지적된 버팀목전세자금 대출 소득기준을 부부합산 75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높이고, 신생아특례대출 기준은 부부합산 1억 3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결혼 페널티가 결혼 메리트로 갈 수 있게 결혼 페널티와 관련된 건 다 폐지하자”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혼인신고를 안 하는 건 기본적으론 대출 문제 등 경제적 요인이 크다”면서도 “이혼율이 높은 상황에서 부부가 합의를 통해 반려자로서 확신을 얻을 때까지 혼인신고를 유예하는 것도 새로운 시대의 결혼 풍토로, 하나의 살아가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