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에 싣는 미사일 추진체계 커지고 탄두 수 많아질 수 있어 대미 전략적 억제력 높이려 美대선 전 ICBM 시험발사 가능성
북한이 12축 바퀴(좌·우 12개씩 24개의 바퀴)로 보이는 신형 이동식발사대(TEL)를 공개하면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 중임을 시사했다. 12축 바퀴를 갖춘 북한 TEL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축 수가 늘면 그만큼 TEL에 싣는 미사일 추진체계의 크기가 커지고, 그 탄두의 수 또한 많아질 수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인 8일 보도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제2경제위원회 산하 국방공업기업소를 방문하고 무장장비 생산 실태를 료해(파악)했다”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3면엔 김 총비서가 국방공업기업소에서 TEL 바퀴에 손을 얹고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실렸다. 이 TEL의 바퀴는 12축으로 이뤄져 있는데, 북한 TEL 중 12축짜리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EL의 바퀴 축 수가 늘어났단 건 기본적으로 그 위에 싣는 미사일과 그 탄두의 크기·중량을 늘릴 수 있는 기술적 배경이 된다. 이에 따르면 북한이 화성-17·18형보다 사거리와 위력을 높인 새로운 유형의 ICBM을 개발 중일 수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TEL의 바퀴 수가 늘어났다는 건, 기존 미사일보다 큰 게 등장한다는 것”이라며 “화성-17형보다 조금 긴 형태가 되거나, 화성-18형을 대체할 더 큰 게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ICBM 시험발사 때 주로 고각(高角) 방식(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 각도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것)을 활용하는데, 기존 ICBM들을 정상 각도(30~45도)로 쏠 경우 1만 5000㎞ 이상을 날아갈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에서 미 워싱턴DC까지 거리가 약 1만 1000㎞임을 감안할 때 화성-17·18형 등 북한 ICBM은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둔다.
여러 개의 탄두를 실으면 ICBM의 사거리는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보다 많은 탄두를 실으면서 사거리는 미 본토 전력에 다다를 수 있도록 추진체계를 키우며 TEL 축 수도 늘렸을 수 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북한이 실제로 미국에 대한 전략적 억제력을 가지려면 탄두 재진입체가 1~3발 수준인 화성-18형보다 더 큰 걸 가져야 한다”라며 “탄두에 재진입체가 10발 전후로 들어가면 ‘대형급 ICBM’으로 본다. 북한은 그 정도는 돼야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ICBM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 북한은 여러 목표물에 각각 하나의 탄두가 떨어지는 방식(MIRV)의 다탄두 탄도미사일 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MIRV이 실제 구현될 경우 미사일의 발사를 사전 차단하거나, 발사 단계에서 요격을 하지 못하면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기존 북한 TEL이 화성-17·18형의 중량을 버티기에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TEL을 만들었을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이 이번에 12축 바퀴의 TEL을 공개한 건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 위원은 “최근 미국을 향한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없었는데, 미 대선을 앞두고 ICBM이 대표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다”라며 “12축 바퀴 TEL의 공개는 미 대선 전 신형 ICBM을 시험발사할 수 있다는, 일종의 예고”라고 진단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