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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 발망치 소음, 항의하면 “정말 죄송합니다”…내가 나쁜 사람인가?[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입력 | 2024-09-11 10:00:00

게티이미지. 



위층 아주머니가 “우리 애가 뛰어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머리를 숙이면서 연신 사과를 하는데, 정작 들리는 발망치 소리는 줄어들지 않는다면 어떻하시겠습니까. 말로는 사과를 하는데 행동은 달라지는 게 없고, 이웃끼리 얼굴 붉히면서 싸우기는 더욱 싫다면 항의하는 사람으로서도 참으로 곤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건물의 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아래층이 유난히 민감할 수도 있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일단 서로 가능한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 소음을 최소화하고, 윗집의 노력에 대한 성의를 감안해 어느 정도는 수용하고 사는 게 현명하다는 게 층간소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아래는 실제 있었던 사례입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민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으로 연락주시면 전문가들과 함께 해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사례: 말로는 사과를 하는데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어 답답

경기도 수원의 신축 주상복합 오피스텔에 이사 온 지 세 달이 되어갑니다. 이사하는 날부터 쿵쿵 소리가 심상치 않아서 ‘망했구나’ 싶었습니다.

이사하는 집이 빈집이었다가 보니, 그동안 위층에서는 아래층이 당연히 빈집 인줄 알고 저렇게 마음대로 뛰나 보다 싶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층간소음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겠다는 느낌이 들어 걱정도 됐습니다.

이사를 다 하고 밤이나 돼서 좀 쉬고 싶었는데 아이 뛰는 소리가 계속 났습니다. 심지어 아이가 거실에서 방으로 가는 동선까지 파악이 될 정도였고, 쿵쿵쿵쿵 거리는 소리가 여간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이사한 첫 날, 곯아떨어질 법도 한데 층간소음에 잠도 한숨 못 자고 출근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지켜봤는데 도무지 쿵쿵쿵 하고 뛰는 듯한 소음이 더하면 더 했지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참다 못해 위층에 쿠키와 함께 쪽지를 문 앞에 두고 왔습니다.

“아래층에 새로 이사 온 이웃입니다. 밤 늦도록 집 안에서 뛰는 소음이 나서 늦은 시간에는 발걸음에 조금 신경 써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솔직히 고통받는 피해자 관점에서 정중하게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몇 번을 망설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며칠 뒤에 위층 아이와 아이 엄마가 찾아왔습니다. 이사 오신 줄 몰랐다며 이사 온 줄 알았으면 더욱 조심했을텐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한참을 죄송하다며 인사하고 갔습니다.

내심 쪽지 쓸 때는 한창 고민했는데, 쓰길 잘했다 싶어서 안심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은 조용하나 싶었는데, 또 다시 아이 발망치 소음이 온 집안을 울립니다.

하다 못해 아이가 쿵쿵쿵 걸어가면서 방문을 쾅! 하고 닫는 소리까지 납니다. 살다보면 문을 쾅 닫을 수 있지 하고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발망치 소음은 참을수가 없습니다. 특히 모두가 조용한 밤에 나는 소음은 사람을 미치게 합니다. 결국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했습니다.

관리사무소 과장님 말에 의하면, 위층에서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그 미안하다는 말이 진심인지도 의아합니다. 말만 미안하다고 하고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만 면하려고 미안하다 사과하고, 행동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죄송하다 미안하다 사과하는 사람한테 계속 민원을 하는게 맞는건가, 내가 진짜 예민한건가 매일 혼란스럽습니다. 사과는 하면서 달라지지 않으니 말입니다.

직접 대면하자니 매번 죽을죄를 지은 것처럼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에게 화도 못 내겠고, 그렇다고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하면, 오피스텔 특성상 소음에 더 취약하다며 위층에서 조심하겠다며 미안하다고 매번 그러는데 서로 이해하면서 살아야 한다느니,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저만 나쁜 사람이 되고 예민한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점이 저를 더 미치게 만들다 보니 신경이 곤두섭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위층과 협의해야 할지 정말 곤란하고 답답합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중 흔히 발망치 소음(걸을 때 발생하는 소음)의 주 원인은 그 사람의 체중과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체중이 뒤꿈치에 실어 걷는 습관 때문입니다. 또 바닥에 설치된 바닥재가 뜬 상태로 불완전하게 마감된 경우에도 소음이 크게 전달 될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매트가 주 소음원 발생 장소에 정확하게 설치되 않았을 때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 민원을 신청하셔서, 위층의 바닥마감재의 마감상태를 확인(필요시 재시공을 요청할 것)하시고, 더불어 매트는 소음피해가 가장 심각한 장소에 재설치되도록 해야합니다. 당연히 걸음걸이 소음은 당사자의 이동 구간에서 발생합니다. 잘 움직이지 않는 거실 한복판에 설치해봐야 크게 도움이 안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극히 주의가 필요한 소음피해가 가장 심한 시간대를 메모해서 위층에 전달되도록 하시고, 주기적인 층간소음 주의 방송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위층은 소음피해에 대한 사과를 직접 또는 관리소를 통해 하고, 피해를 호소하는 시간대는 주의하는 노력을 보여야합니다. 이러한 사과만으로도 큰 사건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