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김건희 특검법 법안심사 자료가 놓여 있다. 2024.9.9 (서울=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총선 공천 개입 의혹을 추가한 ‘김건희 특검법’과 제3자 추천안을 담은 ‘채 상병 특검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표결에 불참하고 퇴장했다. 민주당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두 특검법을 처리한 뒤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1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이날 소위 후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단순한 주가 조작인 줄 알았더니 이제 국정농단에 가까운 의혹들이 계속 터지고 있다”며 “특검법 (수사) 범위에 이 같은 의혹을 모두 포함시켰다”고 했다. 특검 수사 대상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을 비롯해 22대 총선에서 여당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 8개 사안이 포함됐다. 김건희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결국 폐기됐고, 이번이 두 번째 상정이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추석 밥상에 ‘김건희 특검법’을 올리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국민 삶은 내팽개치고 오로지 대통령과 영부인 흠집내기에 몰두한 제1당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했다.
이날 함께 통과된 채 상병 특검법은 민주당 등 야당이 4번째 발의한 것으로,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되 야당에 ‘비토권’을 부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을 속전속결로 통과시킨 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김 여사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도 수사 대상에 포함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삼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사실상 뭐든 걸리기만 하면 수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은 수사 대상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코바나컨텐츠 관련 전시회 뇌물성 협찬, 디올백 수수 및 국민권익위 조사 외압 의혹, 임성근 등 구명 로비, 장차관 인사 개입, 22대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등 8개 사안이 나열됐다.
여당 법사위원들은 소위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기재된 수사 대상의 부당성과 모호성 등을 따지며 추가 논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언론에 의혹이 한 줄 나왔다고 해서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수사 범위를 무한정 확대하는 건 찬성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도 김건희 특검법이 21대 국회에서 한 차례 폐기됐던 법안임을 지적하며 “더 악화된 법”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함께 소위에서 처리된 채 상병 특검법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안한 ‘제3자 특검 추천’을 담았다. 민주당과 야당이 4번째로 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등 야당이 2명으로 압축하고, 대통령이 1명을 최종 임명하도록 했다. 다만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 4명이 모두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야당이 다시 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재추천 요구권’도 포함시켰다. 이 때문에 여당은 “사실상 야당이 원하는 인사로 앉히겠다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고, 대통령실도 “분칠한 제3자 특검법”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경찰 수사 결과와 청문회를 통해 외압의 근거가 없었다고 밝혀졌는데 또 특검법을 발의해서 국민들이 피곤해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10일 또는 11일 열리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킨 뒤 이르면 12일 본회의에서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당내에서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민생보다 정쟁에 치우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도 있어 실제 통과가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12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는 해둘 것”이라고 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