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 대정부질문(정치)에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09.09. 뉴시스
“의원님, 저 안 변했다. 제가 왜 변하는가. 왜 변해야 하나” (한덕수 국무총리)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한덕수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첫날인 9일 20년이 넘는 인연을 언급하며 가벼운 입씨름을 벌였다. 박 의원은 한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국회의원들과 싸움을 하고 있다면서 “순했던 한덕수 총리가 의원들 질문에 저돌적으로 변했다”고 말했고, 한 총리는 “그건 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사과했다. 훈훈했던 질의와 답변도 잠시, 뒤이어 야당과 총리간 언쟁으로 고성이 오가자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서는 등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 첫 질의자로 나선 박 의원은 한 총리에게 “우리 잘 아는 사이 아닌가”라고 운을 뗐다. 이에 한 총리는 “너무나 잘 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청와대에서 비서실장(박 의원)과 경제수석(한 총리)을 지냈다.
의석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한 총리는 “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몸을 낮췄다. 박 의원은 이어 “윤 대통령도 정신차려야 한다” “대통령이 잘못하면 총리라도 잘해야 한다” “대통령이 국회와 국민을 졸로 보기 때문에 총리부터 이렇게 바뀐거다. 잘 생각하라” 등 질책했다. 야당에선 박수가 이어졌다. 한 총리는 이에 “무엇이든 대통령에게 도움이 된다면 하겠다”면서도 “선동을 전제로 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신은 항상 차리겠다” “아주 잠을 안 자면서 생각하겠다” 등 재치있게 받아쳤다. 한 총리의 답변에 또다시 곳곳에선 웃음이 나왔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뒤 미국 의원들과 김 여사 생일파티를 열었다면서 “정신 나간 대통령실에서는 사진까지 공개해 국민 염장을 질렀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제가 보기엔 이제까지 모든 정권에 걸쳐 최고였던 박 의원을 따라갈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치켜세웠다. 박 의원도 더이상의 비판은 자제하며 “윤 대통령께 건의해서 나를 데려다 (참모로) 쓰라고 해달라”고 했고, 한 총리는 “그렇게 건의하겠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자리로 돌아가면서도 “이렇게 보니까 너무 좋다”고 말했고 박 의원은 “그럼 삼청동(총리 공관)으로 초청해보라”고 했다. 이에 한 총리는 “사실 국정원장실에서 한 번 부를 줄 알았다”라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박 의원이 자신을 초청한 적이 없다고 에둘러 대꾸한 것이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 대정부질문(정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9.09. 뉴시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