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가 만난 사람]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대미관계 최고수준, 큰 걱정 안해 美대선후 통상정책 입장 밝힐 것 CPTPP 가입 서두르지 않을 방침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대미 통상이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미중 무역 갈등 구도는 상당 기간 해결되기보단 악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의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이 큰데 전반적인 대미(對美) 관계는 최고 수준인 만큼 크게 우려스럽진 않습니다. 대선이 끝나면 (통상 정책 관련) 입장 표명도 따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수십 년간 국제통상·경제안보 전문가로 일하다가 올해 초 한국의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달 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본부장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가 어떻게 되는지 등에 관심이 크고 한국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며 “정부는 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 속 한국의 상세 대응 전략과 관련해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정 본부장은 지난달 22일 윤 정부의 남은 임기에 추진할 통상 정책을 담은 ‘통상 정책 로드맵’을 직접 발표했다. 그는 로드맵에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대응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에 “통상 전략상 불가피한 측면”이라고 반박했다. 정 본부장은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대응 내용을 자세히 기술하는 것 자체가 협상 대상국에 우리 전략을 노출하는 것”이라며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도 통상전략 보고서를 발표할 때 정책의 방향성 정도만 공개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올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보이고 있는 한국이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사우스(신흥국 및 개발도상국)’ 등 다양한 나라와의 교역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한국의 대중 수출 규모나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면 그만큼을 어디선가 만회해야 한다”며 “무역금융 등 우리가 가진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이미 FTA가 체결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의 경우 (경제협력이) 베트남에 치우친 감이 있는데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등 다른 나라와도 협력을 늘릴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정 본부장은 이 같은 방식으로 한국의 FTA 네트워크를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0%까지 확장할 경우 수출 규모는 최대 15%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FTA 네트워크를 전 세계 GDP의 85%에서 90%로 늘린다는 로드맵 계획은 숫자로만 보면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 있다”면서도 “그간 교역이 덜했던 중동·북아프리카(MENA) 및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서아시아 국가와 FTA를 체결한다면 우리 수출 시장이 엄청나게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사상 첫 전 세계 5위 수출국 진입’이라는 상세 목표도 설정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6326억 달러)은 전 세계 8위로 7위 프랑스(6481억 달러)나 6위 이탈리아(6769억 달러), 5위 일본(7173억 달러)과의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정 본부장은 “올해는 어렵겠지만 내년에는 수출 규모가 전 세계 6위 정도는 가능하다고 본다”며 “후년이면 전 세계 수출국 5위 진입도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