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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의 인생홈런]삼성 원조 에이스 김시진 “반려견이 내 운동 파트너”

입력 | 2024-09-09 23:06:00

김시진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장이 반려견 ‘기고’와 여가를 보내고 있다. 김시진 위원장 제공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프로야구 삼성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시진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장(66)은 뛰어난 실력에 비해 ‘2인자’의 느낌이 강하다. 롯데와 맞붙었던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그는 3경기 2패에 그쳤다. 반면 롯데 최동원(1958∼2011)은 이해 한국시리즈 4승을 혼자 따냈다.

삼성은 1986년과 1987년에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두 번 모두 ‘국보 투수’ 선동열(61)이 버티고 있던 해태에 완패했다. 김 위원장은 두 번 모두 승리 없이 패전만을 안았다. 하지만 그가 역대 최고 투수로 평가받는 최동원과 선동열에 필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985년 김 위원장은 25승 5패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하며 삼성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수상했다.

선수 은퇴 후 그는 현대 코치와 넥센, 롯데 감독 등을 거쳤고 여전히 야구 현장에서 왕성하게 일하고 있다. 2015년 한국 야구대표팀의 전력분석팀을 맡아 초대 프리미어12 우승에 힘을 보탰고, 이후 KBO 기술위원장을 거쳐 지금은 경기운영위원장과 상벌위원, 규칙위원 등을 맡고 있다.

KBO 경기운영위원은 경기 시작 전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게 가장 큰 일이다. 그는 경기 시작 두세 시간 전에 야구장에 나와 그라운드 안팎을 꼼꼼히 살핀다. 김 위원장은 “경기 진행은 팬들과의 약속이다. 선수들이 최선의 플레이로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며 “경기 개최 여부가 최종 결정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먹지 못할 만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김 위원장은 아내 이선희 씨를 떠나보낸 뒤 힘든 시간을 보냈다. 건강했던 아내는 급성 혈액암으로 입원한 지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 큰 위안을 준 것은 아내와 함께 키운 반려견이었다. 그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강아지가 이틀간 밥을 먹지 않았다. 모든 걸 아는 것처럼 눈가에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고 했다.

반려견 ‘기고’는 뜻밖에 찾아온 선물이었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이웃이 버리고 간 강아지를 관리사무소에서 맡아 달라고 요청하면서 부부가 키우게 됐다. 김 위원장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땐 우리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얼마나 기고만장하던지 이름도 ‘기고’라고 지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아침에 일어나면 기고를 데리고 산책한 뒤 오전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리고 점심 식사 후 야구장으로 출근한다. 그는 “기고는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집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는 기고가 삶에 큰 위안”이라며 “기고가 아니었으면 밖에 잘 나가지 않았을 것 같다. 매일 나를 운동시켜 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야구장에 나가서 할 일 있다는 것 역시 삶의 활력이다. 그는 “팬들이 야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게 내게는 인생 최고의 즐거움”이라며 “야구를 하면서 좋은 일도,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많은 분의 사랑을 받는 행복한 인생이었다. 야구장에 남아 있는 동안은 팬들이 더 재미있게 관전할 수 있게 힘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