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의견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이동하고 있다. 2024.9.9 (서울=뉴스1)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부적절한 처신이 곧바로 법률상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놓고 고민했다”고 어제 밝혔다. 그는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법령을 정확하게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고도 했다.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청탁금지법의 처벌 대상에 배우자가 빠져 있다는 점은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알려졌던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 총장은 지금까지 명품백 사건을 놓고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 “법 앞에 예외도 성역도 없다” 등 수사 의지를 강조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5월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것도 이 총장이었다. 이에 검찰이 새로운 증거와 법리를 찾아 결과물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수사가 끝나가는 시점에 와서 이 총장은 ‘법률 미비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변명을 내놨다. 이런 뻔한 결론을 내놓을 것이면 그동안 왜 수사를 독려하는 발언을 쏟아낸 것인가. ‘김 여사 사건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이 총장의 ‘보여주기’식 말과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결국 이 총장이 김 여사를 불기소하기 위한 명분을 얻으려고 수심위를 활용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이번 수심위와 별개로 최 씨가 본인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등을 다룰 수심위 개최를 신청한 게 받아들여져 김 여사에게 청탁이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 다시 한번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초기부터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전격 교체, 김 여사 ‘출장 조사’ 등으로 잡음이 일더니 마지막 과정인 김 여사 불기소 처분까지 공정성 논란으로 얼룩졌다. 용산 권력과 명품백 수수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 온 이 총장의 책임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