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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소프트파워 부족한 한국 기업… 헤리티지 적극 활용해야

입력 | 2024-09-09 23:27:00



기업 브랜드의 가치는 역사와 창업 정신, 기업 문화 같은 고유의 헤리티지(유산)가 축적될 때 빛난다. 자본주의 역사가 긴 미국, 유럽, 일본의 기업 브랜드가 인정받는 것도 켜켜이 쌓인 헤리티지 때문이다. 애플, 코카콜라, 메르세데스벤츠, 디즈니 등은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확보한 덕에 일류 기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는 글로벌 기업에 뒤처지는 건 물론이고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이나 기술력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무대에서 선두를 다투는 한국 기업이 늘고 있지만 기업의 소프트파워는 그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이다.

동아일보가 국내 30대 그룹 전략·마케팅 담당 임원과 한국경영사학회 교수 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이 ‘한국 기업은 실제 역량이나 잠재력보다 저평가 받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산 제품과 서비스가 ‘실제만큼 평가받고 있다’는 답변이 절반에 육박한 것을 고려하면, 이를 만들어내는 기업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러다 보니 글로벌 상위 50개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최근 9년간 111% 뛸 때 국내 상위 50개 기업의 브랜드 가치는 72%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19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등장한 한국 기업들의 역사가 짧아서라기보다는 기업의 정체성과 창업 정신, 경영 철학 등을 브랜드 스토리로 만들어 내는 역량이 부족한 탓이다. 미국 기업들이 혁신의 아이콘, 유럽 기업들이 품질과 신뢰의 상징, 중국 기업들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있다면 한국 기업들의 이미지는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브랜드가 시장 경쟁력이라면 헤리티지는 이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된다. 삼성전자는 꾸준한 기술 향상과 제품 혁신을 통해 애플 등과 어깨를 견주는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냈고, 현대차는 정주영 창업자의 도전 서사를 기업 이미지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수출대국의 위상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들 기업에서 시작된 헤리지티 경영을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초격차 기술과 혁신 못지않게 해외 기업이 복제할 수 없는 한국 기업 고유의 전통과 브랜드 콘텐츠 등을 발굴하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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