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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 명절… 만성질환은 더 유의를”[기고/김봉옥]

입력 | 2024-09-10 03:00:00


김봉옥 인천힘찬종합병원장(세계여자의사회 부회장)

올해 초부터 시작된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파행으로 치닫는 상황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든다.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필수 의료를 살려보자는 데서 시작된 의대 증원은 전공의 파업으로 이어졌다. 의료 공백으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언론에서는 연일 응급실 대란을 보도하며 우려하고 있는데 정부는 정상화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환자들의 불안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올 추석 명절 연휴는 장기간 지속 중인 의료 공백의 여파 때문에 환자나 의료인 모두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의사로서, 병원장으로서 나의 소임은 환자들을 안심시키고 의료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연휴 동안 더욱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주 2, 3회씩 정기적으로 투석을 받아야 하는 만성 신부전 환자의 경우 긴 연휴는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 신장투석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 치료다. 투석을 중단하면 혈액 내 노폐물이 축적되고 전해질 불균형, 체액 과다, 감염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만약 제때 투석을 받지 않으면 가볍게는 피로감과 무력감, 소화불량, 부종, 가려움증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호흡곤란, 신경계 증상, 심장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정기적인 투석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또 응급환자의 경우 환자 스스로 중증인지 경증인지 구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복통이나 가슴 통증이 단순한 소화불량일 수도 있지만 드물게 심근경색일 경우에는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요리하다가 손을 베었을 때도 피부 상처를 넘어 신경까지 손상되었다면 심각하다. 평일이라면 외래진료를 보면 되지만 추석 연휴에는 응급실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 중증 응급질환은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해 제시간에 치료받지 못하면 회복이 어렵거나 심각한 장애를 남길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명절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24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의료 공백 속에 맞는 추석 연휴 기간 24시간 비상진료 체계를 가동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특히 신장질환 환자들이 연휴 기간에도 안전하게 투석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명절 연휴 동안 특히 주의해 가능한 한 응급 상황을 예방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



김봉옥 인천힘찬종합병원장(세계여자의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