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기록으로 살펴본 올해 여름 6∼8월 전국 평균 기온 25.6도… 열대야 일수 평년의 3.1배 달해 폭우 형태로 장마철에 비 집중… 거대 고기압 탓에 맑은 날 많아 더운 장마 끝나자 ‘이중 열 커튼’… 해수면 온도, 10년 만에 최고치
올해 여름은 한반도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폭염이 발생했던 1994년과 2018년의 각종 기록이 올해 줄줄이 경신됐다. 특히 전국 평균기온과 열대야 일수 등 핵심 지표가 역대 1위 기록을 세웠다.
● 각종 더위 기록 갈아 치운 올해 여름
지역별로는 전국 주요 기상관측지점 66곳 중 총 36곳에서 열대야 일수 역대 1위를 경신했다. 여기에는 39일 동안 열대야가 발생한 서울도 포함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은 6월 중순부터 계속 평년 기온을 웃돌았다. 특히 비가 자주 내려 기온이 떨어지는 장마 기간에도 대체로 평년보다 더웠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습하고 더운 공기가 남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지속적으로 유입됐고 높은 습도로 밤사이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가 일찍부터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 여름철 강수량의 78.8% 장마 기간에 내려
반면 올여름 비는 장마철에 폭우 형태로 집중됐다.
일반적으로 여름철 비의 절반가량이 장마 기간에 내리는데 올해는 그 비율이 78.8%(474.8mm)에 달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 때문에 장마 기간 평년(356.7mm)보다 32.5% 더 많은 비가 내렸지만 여름철 전국 평균 강수량은 602.7mm로 평년(727.3mm)보다 적었다.
올 장마는 6월 19일 제주부터 시작됐으며 7월 27일 전국에서 동시에 종료됐다. 이번 장마의 특징은 좁은 지역에 강하게 비가 퍼붓는 ‘국지성 호우’ 형태가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히 7월 10일에는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 시간당 146mm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다. 또 장마 기간 어청도를 포함해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 100mm가 넘는 사례가 전북 익산시 함라면(125.5mm), 충남 부여군 양화면(106.0mm), 경기 파주시 파주읍(101.0mm) 등 9곳에서 나타났다.
장마 기간을 제외하곤 한반도 상공에 강하게 버티고 있었던 두 거대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이 많아 평년보다 비가 적게 내렸다. 그 대신 국지적으로 지면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대기 불안정이 발생해 소나기가 자주 발생했다. 지난달 20∼21일에는 제9호 태풍 ‘종다리’가 북상했으나 강수량은 많지 않았고 피해도 크지 않았다. 그 결과 낙동강 권역 운문댐과 영천댐, 금강 권역 보령댐에 가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올여름에는 육지뿐 아니라 바다도 뜨거웠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여름철 해수면 온도는 23.9도로 최근 10년(2015∼2024년) 평균인 22.8도보다 1.1도 높았다. 이는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마저 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상기후를 철저히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