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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 없는 더위에 장마철도 후끈… 최악의 폭염 기록 줄줄이 경신

입력 | 2024-09-10 03:00:00

기상 기록으로 살펴본 올해 여름
6∼8월 전국 평균 기온 25.6도… 열대야 일수 평년의 3.1배 달해
폭우 형태로 장마철에 비 집중… 거대 고기압 탓에 맑은 날 많아
더운 장마 끝나자 ‘이중 열 커튼’… 해수면 온도, 10년 만에 최고치





올해 여름은 한반도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폭염이 발생했던 1994년과 2018년의 각종 기록이 올해 줄줄이 경신됐다. 특히 전국 평균기온과 열대야 일수 등 핵심 지표가 역대 1위 기록을 세웠다.

● 각종 더위 기록 갈아 치운 올해 여름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2024년 여름철(6∼8월) 기후특성’에 따르면 올여름은 전국 평균기온(25.6도), 평균 최저기온(21.7도), 열대야 일수(20.2일) 등에서 1973년 이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1973년은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대폭 확충된 시기로 각종 기상기록의 기준이 되는 시점이다.

올해 전국 평균 기온은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18년(25.3도)과 비교해 0.3도 높았다. 평균 최저기온은 21.7도로 2013년 기록과 같았다. 하지만 기상기록은 수치가 동일할 경우 최신 기록을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에 이 역시 역대 1위로 기록됐다. 평균 최고기온은 30.4도로 1994년 여름(30.7도)에 이어 2위였다.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도 이어졌다. 올여름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20.2일로 평년(6.5일)의 3.1배에 달했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다. 이전까지는 1994년과 2018년의 열대야 일수(16.5일)가 최고 기록이었는데 이보다 3.7일 더 많았던 것이다.

지역별로는 전국 주요 기상관측지점 66곳 중 총 36곳에서 열대야 일수 역대 1위를 경신했다. 여기에는 39일 동안 열대야가 발생한 서울도 포함됐다.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 일수는 24.0일로 역대 3위였다. 하지만 평년의 10.6일과 비교하면 2.3배나 된다. 경남 밀양시(49일), 전남 완도군(35일), 강원 강릉시(31일) 등 기상관측지점 66곳 중 10곳에서 폭염 일수 역대 1위 기록을 경신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은 6월 중순부터 계속 평년 기온을 웃돌았다. 특히 비가 자주 내려 기온이 떨어지는 장마 기간에도 대체로 평년보다 더웠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습하고 더운 공기가 남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지속적으로 유입됐고 높은 습도로 밤사이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가 일찍부터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장마가 끝난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는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덮으면서 ‘이중 열 커튼’을 치고 무더위를 부채질했다. 밤에는 열대야가, 낮에는 폭염이 이어지는 패턴이 한 달여 동안 지속됐다. 두 거대 고기압의 이중 열 커튼은 태풍의 한반도 진입까지 막아 맑은 날씨가 계속 이어지게 만들었다.

● 여름철 강수량의 78.8% 장마 기간에 내려

반면 올여름 비는 장마철에 폭우 형태로 집중됐다.

일반적으로 여름철 비의 절반가량이 장마 기간에 내리는데 올해는 그 비율이 78.8%(474.8mm)에 달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 때문에 장마 기간 평년(356.7mm)보다 32.5% 더 많은 비가 내렸지만 여름철 전국 평균 강수량은 602.7mm로 평년(727.3mm)보다 적었다.

올 장마는 6월 19일 제주부터 시작됐으며 7월 27일 전국에서 동시에 종료됐다. 이번 장마의 특징은 좁은 지역에 강하게 비가 퍼붓는 ‘국지성 호우’ 형태가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히 7월 10일에는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 시간당 146mm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다. 또 장마 기간 어청도를 포함해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 100mm가 넘는 사례가 전북 익산시 함라면(125.5mm), 충남 부여군 양화면(106.0mm), 경기 파주시 파주읍(101.0mm) 등 9곳에서 나타났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된 수증기와 한반도 북쪽에서 유입된 상층의 찬 공기가 정체전선상에서 충돌하면서 비구름이 강하게 발달해 좁은 지역에 강하게 내리는 비가 자주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장마 기간을 제외하곤 한반도 상공에 강하게 버티고 있었던 두 거대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이 많아 평년보다 비가 적게 내렸다. 그 대신 국지적으로 지면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대기 불안정이 발생해 소나기가 자주 발생했다. 지난달 20∼21일에는 제9호 태풍 ‘종다리’가 북상했으나 강수량은 많지 않았고 피해도 크지 않았다. 그 결과 낙동강 권역 운문댐과 영천댐, 금강 권역 보령댐에 가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올여름에는 육지뿐 아니라 바다도 뜨거웠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여름철 해수면 온도는 23.9도로 최근 10년(2015∼2024년) 평균인 22.8도보다 1.1도 높았다. 이는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마저 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상기후를 철저히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