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취업난에 6만명 넘어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가 된 20대가 2년 반 사이 25% 늘었다. 간신히 취업은 했지만 학자금 대출 상환에 실패한 체납 인원도 2년 전보다 30% 증가했다. 고금리, 고물가에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사회 초년생들이 빚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588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말보다 25% 증가한 규모다. 대출 만기가 3개월이 지났는데 상환하지 못했거나 대출이 연체된 지 6개월이 지나면 신용유의자로 등록된다.
취업 후 학자금 대출을 체납한 대학 졸업자도 5만1116명으로 2021년 말보다 30% 급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공급되지 않으면 미래 세수 감소 등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미래를 지탱해 줄 허리가 약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고용악화 속 ‘빚의 굴레’ 갇힌 20대, 학자금 체납액 2년새 37% 늘어
청년 일자리, 21개월 연속 감소
체납 학자금 작년말 기준 661억원
체납자는 30% 증가한 5만1116명
빚탕감 ‘개인회생’ 신청도 45% 늘어… “양질의 일자리 등 근본적 대책 필요”
체납 학자금 작년말 기준 661억원
체납자는 30% 증가한 5만1116명
빚탕감 ‘개인회생’ 신청도 45% 늘어… “양질의 일자리 등 근본적 대책 필요”
김모 씨(33)는 몇 년째 학자금 대출 약 2000만 원을 갚지 못하고 연체 중이다. 4년간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직장을 관두면서 연체가 시작됐다. 김 씨는 “회사에 다닐 때는 학자금 대출을 꼬박꼬박 갚았는데 퇴사 이후에는 금융권 대출부터 먼저 갚느라 학자금 대출 상환은 뒤로 밀렸다”며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해 건설 현장에서도 일을 하다가 현재는 쉬는 중”이라고 했다.
‘빚의 굴레’에 갇힌 청년들이 늘고 있다. 청년 취업자 자체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데다 일자리 질마저 악화돼 제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빚으로 인한 생활고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 고물가까지 겹쳐 청년들이 미래를 그릴 기회조차 잃어버리고 있는 만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학자금 체납 인원 2년 전보다 30% ↑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은 재학 중에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받고 나중에 취업 등으로 소득이 발생했을 때 소득 수준에 따라 원리금을 갚을 수 있다.
국세청은 이렇게 학자금 대출을 받은 이들 중에서 연간 소득이 ‘상환 기준 소득’을 넘어선 이들에게 상환 의무를 부여한다. 지난해 상환 기준 소득은 1621만 원이었다. 1년에 1621만 원을 벌어도 살림살이가 빠듯해 학자금 대출을 갚을 여력이 없는 청년들이 많은 셈이다.
● “페널티 줘서라도 양질의 일자리 만들어야”
청년들이 빚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고용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15∼29세 취업자는 2022년 11월부터 올 7월까지 21개월 연속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좋은 직장을 얻지 못한 청년들은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면서 7월에는 일을 하지도, 일자리를 찾지도 않으면서 그냥 쉬고 있는 청년 수도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