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 주장한 원고 44명 중 15명만 피해 인정…29명은 기각
2023년 8월9일 일본 남부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 나가사키 원폭 투하 78주년을 맞아 시민들이 평화상 앞에 모여 묵념하고 있다. 2024.09.10. 나가사키=AP/뉴시스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의 일본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로 피해를 입은 44명이 나가사키현·나가사키시를 상대로 피폭자 건강수첩 교부 등을 요구한 소송에서 일부 피해자에 대해 피폭 첫 인정 판결이 내려졌다고 요미우리, 아사히신문 등이 10일 보도했다.
나가사키지방재판소(지방법원) 재판부는 전날 국가가 정한 원호(援護) 대상 구역 밖에 있는 나가사키시의 동부에서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검은 비’가 내렸다고 인정하고 15명을 피폭자로 인정하고 수첩 교부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다만 동부 이외의 지역에 있던 29명의 소송은 기각했다.
일본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원폭을 당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나가사키시의 폭심지로부터 남북으로 약 12㎞, 동서로 약 7㎞ 거리의 타원형 구역에서 원폭을 당한 사람에게 의료비를 무료로 지원해주는 피폭자 건강 수첩을 교부하고 있다.
나가사키지방재판소는 이번 판결에서 나가사키현과 나가사키시 등에 의한 증언조사 등을 근거로 원폭이 투하된 1945년 8월9일에 원고 15명이 있던 시 동부 3개 촌에 검은 비가 내렸다고 인정했다. 폭심지 동쪽의 풍하(風下) 지역에 위치한 3개촌에 “방사성 물질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3개촌 주변에서 원폭에서 유래한 플루토늄이 검출된 점도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재판부는 다른 29명이 있던 지역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떨어졌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발병한 질병 등도 방사선 이외의 원인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9일 기자회견에서 “관계 부처에서 판결 내용을 충분히 검토한 뒤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와 협의해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