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의 한 오피스텔 전기계량기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역대급 폭염이 지나고 조금씩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전력 수요가 감소하는 추석을 앞둔 시점에 정부가 전력 수급 관리의 고삐를 다시 죄고 있습니다. 통상 ‘블랙아웃(대정전)’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전기가 남아 돌아 정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을철 전력 계통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이달 14일부터 11월 3일까지 51일간 전력 수급 안정화 관리에 돌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력 수요가 줄어드는 가을철에 태양광 등의 발전량이 급등하며 ‘전력 공급 과잉’이 벌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 공급은 줄이고 수요는 늘리기 위한 조치입니다.
봄·가을철은 냉난방 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에 많은 발전량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원전 31기의 발전 규모인 약 31GW(기가와트)에 달하는 태양광 발전량이 이 시기에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가을철 맑은 날씨로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해 낮 시간대에 전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죠.
산업부는 원자력발전소 등 주요 대형 발전기의 정비 일정을 전력 수요가 낮은 추석 등으로 몰아 공급량을 조절할 계획입니다. 공공·민간 석탄 발전소 운영과 공공기관의 자가용 태양광 발전 설비 운영도 최소화합니다. 이런 대책에도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으면 태양광 발전소를 포함한 비중앙 발전기의 전기 생산을 조절하는 출력 제어 조처에도 나설 방침입니다.
과거에는 전력 수요가 줄어드는 가을철의 경우 화력 발전 등의 출력을 그만큼 낮추면 되기 때문에 전력수급에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계속되면서 태양광 발전량이 급등했고 정부가 마음대로 출력 제어를 하지 못하는 설비용량도 빠르게 늘며 전력 수급 난이도를 높였습니다.
이런 우려로 봄·가을철 전력계통 안정화 대책을 수립하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 봄부터입니다. 공급 과잉에 따른 블랙아웃 우려는 그간 겪어보지 못한 현상이지만 이제는 매년 봄·가을철마다 우리의 긴장을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