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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역 살인 예고글’ 30대 2심서 파기환송…“공소기각 위법”

입력 | 2024-09-10 16:54:00

지난해 7월 살인 예고글 게시해 기소
1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해
2심 “원심 판단, 법리 영향 미친 잘못”



전국 각급 법원이 2주간 휴정기에 들어간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원 로고가 보이고 있다. 2024.07.29. 서울=뉴시스


지난해 7월 대림역에서 흉기 살인을 예고하는 글을 올려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의 1심 판단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문제가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부장판사 엄철·이훈재·양지정)는 10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박모씨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1심은 지난 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1심은 게시물을 보고 최초로 신고한 피해자 A씨를 제외하고 게시물을 열람한 피해자들은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일부 공소사실에 대한 기소를 무효로 판단했다. 해당 공소사실이 반의사불벌죄인데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장의 기재가 불분명한 경우에 법원은 형사소송규칙 제141조에 따라 검사에게 석명을 한 다음, 그래도 검사가 이를 명확하게 하지 않았을 때 공소기각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공소사실 불특정을 이유로 공소를 기각하는 판단을 하기에 앞서 검사에게 석명해 명확하게 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판결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의 위반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검사가 이 사건 범행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특수성을 고려해 다소 예시적, 추상적으로 피해자를 기재했지만 범행의 특수성상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나아가 “묻지마 강력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죄가 무거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추후 처벌 강화와 반의사불벌 규정 적용 배제 등이 입법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실무적 해석을 통한 규율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 7월23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대림역에서 특정 지역 출신 사람을 살해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금 (대림역으로) 이동한다’는 내용의 게시물과 함께, 차량 내 보관 중인 흉기, 대림역이 목적지로 설정된 내비게이션 화면을 촬영해 올린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로 인해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9명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 과정에서 박씨는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또 게시물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작성돼 협박죄 공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한 A씨에 대한 협박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지난 1월 박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성인으로서 별다른 죄의식 없이 온라인에 살인예고 글을 올렸고, 단순히 관심을 받고자 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계속하고 있다”며 “엄벌이 필요한 상황과 실형 전력이 없는 점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피고인과 검찰 측은 1심 판결에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