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주 KOTRA 체코 프라하 무역관장
체코 속담에 “자신을 지키려면 울타리를 칠 것이 아니라 친구와 함께하라”란 말이 있다. 올해 7월 체코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을 선정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을 위해 체코 발주사와 단독 협상을 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했다. 한국은 설계, 시공, 기기 등의 분야에서 민관이 협력해 ‘팀 코리아’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요인으로는 한국에 대한 신뢰가 꼽힌다. ‘기술과 효율에 기반해 적기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체코의 마음을 얻었다.
한국과 체코는 닮은꼴 국가로, 상호 보완성이 높은 협력 파트너다. 유럽 정중앙에 자리한 체코도 우리처럼 석탄 외에는 천연자원이 거의 없고 면적도 남한의 80%(78,866㎢) 정도에 불과하다. 민족적으로는 서슬라브족으로 동유럽에 가깝지만 독일, 오스트리아 등 서유럽과 접경해 있다. 인구는 1000만 명 남짓이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만은 한국의 1.5배 수준으로 개방형 경제 특성이 뚜렷하다.
체코 수도 프라하의 어원이 ‘문지방(pr´ah)’인 것처럼, 체코는 동·서유럽을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해왔다. 지리적으로 유럽 전방위 비즈니스에 유리한 체코에 거점을 두는 글로벌 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 미국 반도체 회사 ‘온세미’는 체코를 중심으로 유럽 공급망을 구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체코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서유럽에 가깝고 덕분에 기계, 방산, 자동차 등 제조·엔지니어링이 일찍 발달했다. 2023년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1.4%로 유럽 내 상위권이다.
세계은행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체코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겼다. 이에 체코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춰 2030년까지 유럽 혁신 선도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향후 한국과 체코 양국이 에너지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모빌리티, 로보틱스, 스마트의료 등 새로운 산업으로 경제협력 분야를 넓힐 수 있다는 뜻이다. 이달로 예정된 정상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체코가 더욱 넓은 분야에서 좀 더 나은 미래를 앞당기기를 기대한다.
임성주 KOTRA 체코 프라하 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