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신용 A등급 韓기업 10곳 돌파 눈앞… “위기경영의 힘”

입력 | 2024-09-11 03:00:00

상반기 9곳, 국제신용 우등생으로
현대차-기아-포스코홀딩스 등 상향
하반기 한전-가스公 A등급 전망
“팬데믹-공급망 발빠른 대처 빛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상위 등급인 A등급(A―, A3, A― 이상)을 받은 비(非)금융 계열 한국 기업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곳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이 A등급으로 상향 평가를 받으면서 상반기(1∼6월)에만 9곳으로 5년 전 7곳(연말 기준)을 이미 뛰어넘었다. 팬데믹,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닥친 시기에 한국 기업 특유의 ‘위기 경영’ 능력이 진가를 발휘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 상반기에만 A등급 9곳, 국제 신용 ‘우등생’으로

10일 본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A등급으로 평가 받은 회사는 9개로 나타났다. 금융·보험·투자사를 제외하고 이 기간에 평가를 받은 업체 기준이다. 같은 기준으로 5년 전 이 수치는 7곳이었다. 당시에는 A등급을 받지 못했던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포스코홀딩스 등이 상향 평가를 받으면서 수치가 늘었다.

하반기(7∼12월)에 매년 A등급을 받아 온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평가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상 처음으로 10곳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처럼 정부 지원이 가능한 공기업은 보통 국가신용등급(한국, 무디스 Aa2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A등급을 받은 기업 수는 그간 2014년 7곳에서 지난해 9곳으로 줄곧 10곳 미만에 머물렀다.

국가 신용 등급까지 매기는 3대 신용평가사 평가 등급은 장기 기준 S&P 22등급(AAA∼D), 무디스 21등급(Aaa∼C), 피치 20단계(AAA∼D)로 나뉜다. 이 중 A등급은 채무 상환 능력이 충분해 ‘투자 적격’으로 분류되는 중상위 등급.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한 수익성(매출 영업이익률 등) 분석은 물론이고 사업 포트폴리오, 지배구조, 시장 내 지위, 경영 투명성 등 기업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따지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낮은 이율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직접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A등급을 받으면 대외 신인도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 시 유리한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 주요 기관들로부터의 투자 유치에 유리해진다”고 했다.

● 팬데믹 등 위기 상황서 특유의 대처 능력 발휘

2016년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발끈한 중국이 보복 조처를 하면서 현대자동차의 중국 판매량이 급락하던 2018년.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S&P는 현대자동차·기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강등했다. 그러면서 ‘부정적(Negative)’이란 전망까지 부여해 추가 하향 평가까지 걱정했던 상황이었다.

경색된 한중 관계는 지금도 그대로지만 신용 평가에서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올해 현대차·기아는 S&P는 물론이고, 무디스, 피치 등 다른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A등급으로 줄줄이 상향 평가를 받은 것이다.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등급을 받은 완성차는 현대차·기아 외에 도요타, 혼다, 벤츠뿐이다.

위기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한 현대차그룹의 위기 관리 능력에 따른 결과물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2022년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의 공급망 위기 속에서 사상 처음으로 세계 판매량 3위에 올라서는 저력을 발휘했다. 일본 혼다 등 경쟁 업체들이 부품을 구하지 못해 생산·판매량이 급락하는 와중에 판매 순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대외 상황에 잘 대처하는 능력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면이 팬데믹 기간, 생산 시스템 붕괴를 막는 것과 동시에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발 빠른 대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