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9곳, 국제신용 우등생으로 현대차-기아-포스코홀딩스 등 상향 하반기 한전-가스公 A등급 전망 “팬데믹-공급망 발빠른 대처 빛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상위 등급인 A등급(A―, A3, A― 이상)을 받은 비(非)금융 계열 한국 기업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곳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이 A등급으로 상향 평가를 받으면서 상반기(1∼6월)에만 9곳으로 5년 전 7곳(연말 기준)을 이미 뛰어넘었다. 팬데믹,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닥친 시기에 한국 기업 특유의 ‘위기 경영’ 능력이 진가를 발휘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 상반기에만 A등급 9곳, 국제 신용 ‘우등생’으로
국가 신용 등급까지 매기는 3대 신용평가사 평가 등급은 장기 기준 S&P 22등급(AAA∼D), 무디스 21등급(Aaa∼C), 피치 20단계(AAA∼D)로 나뉜다. 이 중 A등급은 채무 상환 능력이 충분해 ‘투자 적격’으로 분류되는 중상위 등급.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한 수익성(매출 영업이익률 등) 분석은 물론이고 사업 포트폴리오, 지배구조, 시장 내 지위, 경영 투명성 등 기업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따지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낮은 이율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직접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A등급을 받으면 대외 신인도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 시 유리한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 주요 기관들로부터의 투자 유치에 유리해진다”고 했다.
● 팬데믹 등 위기 상황서 특유의 대처 능력 발휘
2016년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발끈한 중국이 보복 조처를 하면서 현대자동차의 중국 판매량이 급락하던 2018년.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S&P는 현대자동차·기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강등했다. 그러면서 ‘부정적(Negative)’이란 전망까지 부여해 추가 하향 평가까지 걱정했던 상황이었다.
위기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한 현대차그룹의 위기 관리 능력에 따른 결과물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2022년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의 공급망 위기 속에서 사상 처음으로 세계 판매량 3위에 올라서는 저력을 발휘했다. 일본 혼다 등 경쟁 업체들이 부품을 구하지 못해 생산·판매량이 급락하는 와중에 판매 순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대외 상황에 잘 대처하는 능력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면이 팬데믹 기간, 생산 시스템 붕괴를 막는 것과 동시에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발 빠른 대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