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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국의 육해공談]“지속가능항공유 사용으로 비행기표 값 오를라”

입력 | 2024-09-10 23:06:00

지난해 9월 대한항공이 지속가능항공유(SAF) 실증 운항을 위해 B777F 화물기에 SAF를 급유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변종국 산업1부 기자


지난달 30일 국내 항공사들이 일부 국제선 여객기에 지속가능항공유(SAF) 급유를 시작했다. SAF는 동식물성 바이오 기름이나 생활 폐기물 등을 활용한 대체연료 항공유다. 기존 화석연료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을 약 80% 줄일 수 있다. 항공업계는 가장 효과적인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이라고 보고 SAF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SAF 사용으로 항공운임이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SAF 가격 때문이다. 현재 SAF는 기존 항공유보다 3∼4배 비싸다. 원료비와 시설 투자, 연구개발 등 각종 비용 때문이다. 아직은 대량 생산 체제가 갖춰지지 못한 탓에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아 더욱 가격이 높다.

그러나 항공 및 정유업계는 SAF가 항공운임에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아직은 SAF 사용량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의 요청에 따라 이미 2022년부터 파리∼인천 노선에 SAF를 연간 평균 1%가량 섞어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2022년 대한항공이 유럽 노선에서 사용한 항공유는 1억6800만 파운드(lb)다. 당시 SAF는 파운드당 약 2.6달러였다. 2022년에 유럽에서 쓴 항공유의 2%를 SAF로 대체할 경우 115억∼280억 원의 유류비가 더 들어간다. 유류비 부담이 늘어나긴 하나, 대한항공이 올해 2분기(4∼6월) 사용한 전체 유류비(1조2000억 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 등은 SAF 사용 시 단거리는 약 1000∼2000원, 인천∼파리 노선은 약 6000원 운임이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SAF를 사용하면 탄소배출권을 덜 사도 되기에 운임에 포함됐던 기존 비용이 상쇄되는 효과도 있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SAF 사용 비율을 2030년까지 2∼7%, 2050년 이후엔 50% 이상 늘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SAF 가격이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미래엔 항공운임이 대폭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항공사 매출 원가의 30∼40%는 유류비가 차지한다. 결국 장기적으로 항공운임이 안정화되려면 SAF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정유사들은 SAF를 대량 생산할 수 있어야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각국 정부는 SAF 사용 확대를 위해 SAF 생산 투자와 SAF 가격에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국토부는 SAF로 인한 항공운임 인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항공사 운수권 배분 시 SAF 비용을 운임에 반영했는지 살피거나, 소비자에게 SAF 사용 실적을 마일리지로 돌려주는 식 등이다.

탄소 중립 시대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친환경 산업이 등장하고 있지만, ‘친환경’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소비자 부담만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오해를 벗기 위해 정유업계는 생산 혁신을, 항공업계는 SAF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변종국 산업1부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