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교사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뜻이다.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교육을 천직(天職)으로 여기며 잘 가르치는 일에 몰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보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계발 노력을 기울이고,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러한 자발적 노력이 이루어지도록 정책을 설계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2010년에 도입된 ‘교원능력개발평가’에 상당한 기대가 모아졌다. 이는 학생 및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와 동료 교원 평가로 이루어져 종합적 평가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러한 평가가 매년 실시되면 교사들이 그 결과를 활용해 스스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 전문성을 신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학교별 평가 결과를 ‘학교알리미’를 통해 국민에게 공개해 알 권리를 보장했던 점 또한 의미 있는 일로 인식됐다.
그러나 도입된 지 14년이 경과하면서 보완해야 할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다. 교원능력개발평가와 교원업적평가가 중복돼 학교 현장의 업무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있었고, 동료 교원 평가에 있어 온정주의 경향이 존재하며,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가 일부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도 지적됐다. 심지어 학생 만족도 조사의 서술형 답변에서 교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교원단체에서는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교원능력개발평가의 기본 취지를 고려해 모든 교사가 자기계발에 나설 수 있도록 보다 나은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제도를 재설계할 때는 말 그대로 교사들의 역량 개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첫 단계는 역량 개발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좋은 교사’란 어떤 교사를 의미하는지 밝히는 일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고, 교육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교사의 전문성 기준과 핵심 역량을 명시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평가 방식에 있어서도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부분을 보완해 신뢰 높고 유용한 평가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결과의 활용에 있어 전문성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에게 체계적인 맞춤형 연수를 지원하고, 대학·기업 등과 연계해 현장 교사의 수요를 반영한 다양한 연수 기회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술의 진보와 사회 환경 변화가 빨라지면서 우리 교육의 임무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성인이 돼서도 끊임없는 자기주도적 학습에 임할 수 있도록 학령기에 그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하며, 그 성공 여부는 현장의 교사들에게 달려 있다.
교육 당국이 교사의 입장에서 이들의 자기계발을 지원하고, 다른 한편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이 과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새로운 교사 역량 강화의 틀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