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반도체 첨단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임원을 지낸 최모 씨가 최근 구속된 가운데 경찰이 전직 연구원 등 30여 명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우리 초격차 기술을 빼돌리는 데 제동을 걸지 못하면 중국에 급속히 추월당하고 있는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최 씨와 전직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오모 씨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최 씨는 2021년 몰래 빼낸 삼성전자 공장 설계도를 이용해 중국 청두시 투자를 받아 현지에 ‘복제 공장’을 세운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등에서 일하던 반도체 인력 수십 명을 중국에 이직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700여 개의 20nm(나노미터)급 반도체 기술이 흘러 나갔다.
첨단 제품 및 기술·장비에 대한 미국 주도의 대중 수출통제가 강화될수록 한국의 기술을 훔치려는 중국의 시도는 집요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가수사본부가 적발한 기술 유출 범죄는 12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50% 급증했다. 해외로 유출된 기술 중 3분의 1은 반도체 관련이었고, 12건 중 10건은 중국 기업과 관련돼 있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특허를 해외 기업이 침해한 건수가 1000건이 넘는데, 특허를 베낀 기업들 역시 대부분 중국 기업들이다.
기술이 유출된 분야에선 우리 기업들이 독차지했던 ‘세계 최초’, ‘세계 최고’ 타이틀이 하나둘씩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핵심 산업 분야 기술 유출은 개별 기업의 손실에 그치지 않고 한국 경제의 미래 경쟁력을 뿌리부터 훼손한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해외 기술 유출 범죄를 발생 이전 단계에 예방하고 차단할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