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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2025학년 의대증원 논의 못할건 없어”

입력 | 2024-09-11 03:00:00

한동훈 “모여서 무슨 얘기 못하겠나”… 여야의정 협의체 의료계 합류 설득
용산 “증원 조정불가, 대화는 가능”… 교수단체 “전제 조건 없다면 참여”
尹 “추석 전후 건보수가 대폭 인상”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9.9 뉴스1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일 그동안 대통령실과 정부가 불가 방침을 밝힌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재조정’과 관련해 “대화의 전제로서 ‘이건 안 된다’는 없다”고 밝혔다. 의사단체의 요구사항도 논의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해 의료계 동참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2025학년도 정원을 재조정할 수 없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이런저런 조건을 내걸면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을 것이니 되든 안 되든 모든 걸 다 논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는 2025학년도 증원 문제를 포함해 모든 문제를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열어두고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의료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40개 의대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전제조건이 없다면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문제도 협의체 안에서 논의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여서 무슨 얘기를 못하겠나. 대화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대표도 2025학년도 정원을 조정할 수 없다는 걸 안다”며 “의료계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차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근 전의교협 대변인은 “그동안 정부가 ‘2025학년도 재조정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의체 참여 여지가 없었지만 의제 제한이 없다면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여건이 조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료인들의 헌신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추석 연휴 전후 한시적으로 진찰료, 조제료 등 건강보험 수가를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추석 연휴 전후로 중증응급환자를 책임지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를 평소의 3.5배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을 위해 2030년까지 5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정부 차원에서 한 단과대를 위해 진행하는 규모로는 가장 크다.




한동훈, 의료계에 “모든 문제 논의” 전달… 교수단체 “긍정 여건 조성”


[의료공백 분수령]
2025학년 증원 재논의 가능 거론
韓 “이거 아니면 안된다는 것 없어”… 대통령실 “의료계 독려위해 한말”
협의체 성사돼도 의견차 조율 험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환자(왼쪽)와 보호자가 순서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 최근 응급의료 공백이 확산되면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수용을 거절당하거나 진료가 지연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모여서 무슨 논의를 못 하겠나. 상황을 중재하는 입장에서 ‘이거 아니면 안 된다’고 내세우면 안 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일 ‘의료계가 요구하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에 대해 정부·여당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가 들어오면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도 논의가 가능하다’며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이런 뜻을 의료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대표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건드릴 수 없다는 걸 안다”며 “실제 조정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조건을 달면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으니 일단 참여해서 모든 걸 논의하자며 의료계를 독려하기 위해 말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협의체에서 의료계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는 한 대표의 입장에 반대하지는 않은 것이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한 대표의 제안에 대해 “(논의) 테이블에 갈 수 있는 긍정적인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밝혀 의료계의 참여 여부가 주목된다.

다만 대통령실·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고, 의사단체들은 2025학년도 증원을 백지화하라는 입장이어서 협의체에 의료계 참여가 성사되더라도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힐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 韓, 의료계에 “모든 문제 논의” 전달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여당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 불가 방침에 대해 “협의체 출범 전제조건으로 안 된다는 건 없다”고 말했다. 야당과 의료계에서 요구하는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과 관련해서도 “생각을 고집하는 것, 절대 안 된다는 것으로 만남이 이뤄질 순 없다. 대화를 출발하는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여와 야, 정부도 마찬가지다. 열린 자세로 협의체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정부에 의료계를 자극하는 조치와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11일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며 증원 조정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한 대표의 행보를 의료계를 대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협의체의 노력으로 본다는 태도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대표가 자신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보류’ 중재안을 설득할 때도 ‘2025학년도 정원은 건드릴 수 없다는 것 나도 안다’고 이야기했었다”며 “일단 모두가 참여해 되든 안 되든 모든 걸 논의하자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한 대표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전의교협 김성근 대변인은 통화에서 “대통령실과 정부가 ‘2025학년도 정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여지도 없으니 참여가 불가능했다”며 “한 대표 말처럼 의제에 제한이 없다면 우리도 일단 가서 말해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둘러싼 대통령실·정부와 의료계 간 평행선은 그대로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2025학년도 증원과 관련해 “9일부터 대학 수시모집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수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반면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관계자는 “현재 사태 해결을 위해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핵심인데 전공의들의 요구는 일관되게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라며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이 대화에 참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尹 “의료계 잘 설득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협의체 구성에 대한 직접 언급은 피하면서도 추석 연휴 전후 한시적 건강보험 수가 대폭 인상을 발표했다. 정혜전 대변인은 “대통령은 ‘의료계를 잘 설득해야 한다’라면서 정부의 의료개혁은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질 높은 의료 수요 또한 증가함에 따라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의료진도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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