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게시된 진료 지연 안내문. 2024.9.8/뉴스1
7개월째 의정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가 유공자들도 전국보훈병원의 전공의 부족으로 ‘응급실 뺑뺑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김용만 의원실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중앙보훈병원의 전공의 정원 83명(치과 제외) 중 단 9명만 남아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필수과로 꼽히는 외과와 응급의학과를 포함해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 9개 과에는 전공의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올해 7월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중앙보훈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인근 병원에 옮긴 뒤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해당 환자는 그곳에서 12시간 이상 대기하다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지역 상황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대전 보훈병원의 경우 정원 9명 중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고, 광주는 정원 15명 중 1명, 대구는 9명 중 1명, 부산은 20명 중 4명뿐이었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부는 “진료비 소요액이 증가 추세인 건 맞지만 합리적 의료 이용을 통한 의료지원 재정 효율화를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의정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대부분 고령자인 국가유공자들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한 채 돌아가시고 있다”며 “예산 편성조차 제대로 못하는 보훈부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