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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데 0칼로리, 없어서 못 판다” 알룰로스 생산 경쟁

입력 | 2024-09-12 03:00:00

천연당으로 설탕 풍미 유지 장점
제로 탄산음료 판매 4년새 5배 증가
삼양사-대상, 생산 설비 확충 나서
안정적 생산기반 바탕 수출도 노려




“없어서 못 판다고 보면 되는 수준입니다.”

정우경 삼양사 식품연구소장은 인기 대체 감미료로 떠오른 알룰로스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제로·저당 식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알룰로스를 찾는 곳들이 급증하자 생산량이 시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알룰로스를 생산하는 삼양사와 대상도 최근 1년 간격으로 자체 생산 설비를 확충하며 시장 확장에 대비하는 등 알룰로스 시장을 잡기 위한 식품업계의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무화과, 건포도 등에 존재하는 알룰로스의 감미도는 70% 수준이지만 칼로리는 10분의 1에 불과해 대체당으로 주로 이용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가공식품의 총 당류 및 첨가 표시에서 알룰로스를 제외할 만큼 칼로리가 낮은 편이다.

설탕이 주던 풍미를 상당 부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알룰로스 생산사인 대상 관계자는 “알룰로스를 탄산음료나 스포츠 음료에 사용하면 기존의 풍부한 청량감을 유지할 수 있다”며 “잼, 아이스크림, 빵 등도 기존 식감과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당 함량을 낮추는 효과를 준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알룰로스의 최대 장점은 다른 식품에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점이다. 식품 첨가물로 분류된 대다수의 대체 감미료와 달리 식품 원료로 등록돼 있어 여러 식품 분야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 첨가물로 분류되면 제조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사용량 제한 기준이 있지만 (식품 원료인) 알룰로스는 사용 범위가 자유롭다”고 말했다.

알룰로스 시장의 확대는 저칼로리 식품 유행으로 인한 대체당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제로 탄산음료 판매량은 2019년 1925억 원에서 지난해 1조2775억 원으로 5.63배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체 감미료인 에리스리톨 수입량은 1년 전보다 20.8% 증가한 반면에 같은 기간 설탕 원료인 사탕수수당 수입은 13.9% 줄었다.

알룰로스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태동기에 꼽히는 식품계의 신시장이다. 국내에서는 CJ제일제당이 2015년 대량 생산에 성공한 이래 삼양사와 대상이 대량 생산에 성공하며 현재는 삼양사와 대상 두 업체가 경쟁을 이어 오고 있다.

삼양사와 대상은 최근 알룰로스 생산 설비를 확충하며 생산 기반을 다지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전북 군산시 전분당 공장에 알룰로스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삼양사는 이달 4일 울산에 국내 최대 규모(연면적 약 6700평)의 알룰로스 공장을 준공했다. 삼양사 관계자는 “공장 준공으로 연간 생산량이 이전의 4배에 달하는 1만3000t까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알룰로스 기술이 응용력과 안정성 측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소장은 “삼양사의 경우 알룰로스의 원료가 되는 효소 기술을 자체적으로 갖고 있어 다양한 제품에 응용이 가능하다”며 “소비기한을 결정짓는 안정성도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알룰로스 수출도 함께 노리고 있다. 삼양사는 2020년 3월 자체 생산 알룰로스에 대해 FDA로부터 ‘안전원료인증(GRAS)’을 획득하며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대상은 대체당 통합 브랜드 ‘스위베로’를 1월 론칭하며 국내외 시장 진출에 나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향후엔 다양한 종류의 알룰로스와 함께 알룰로스 적용 제품을 개발하는 데 목표를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