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풀어 기업들 참여 유도 사기 우려 적고 안정적 거주 가능 업계 “신뢰 바탕 시설로 차별화” “싸게 장기 거주가 취지” 지적도
6일 서울 중구 광희동의 기업형 임대주택인 ‘맹그로브 동대문’. 싱글침대, 서랍장, 벽장, 책상과 천장형 에어컨 등을 갖춘 1인실의 월 임대료는 89만 원으로 주변 시세에 비해 다소 높다. 맹그로브는 헬스장, 요가실 등 커뮤니티 공간을 비롯해 이웃 주민과 러닝, 쿠킹클래스 등으로 교류하는 ‘소셜클럽’을 앞세워 2030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6일 찾은 기업형 임대주택 ‘맹그로브’ 서울 동대문점. 남산이 보이는 1인실(약 12㎡)에는 싱글침대, 작은 책상, 벽장, 천장형 에어컨 등 필수적인 가전·가구들이 비치돼 있었다. 문을 닫고 들어오니 복도나 옆방에서 별다른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지하 2층에는 무료로 사용 가능한 최신형 세탁기 약 30대가 설치돼 있었다. 5개 층마다 공유주방과 식사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이용금액은 보증금(예치금) 300만 원에 월 임대료 89만 원으로 인근 원룸(보증금 1000만 원, 월 임대료 60만 원)보다 다소 높은 편이었다.
정부가 민간 장기임대주택 관련 규제를 풀겠다고 발표한 뒤 기업형 임대주택이 주목받고 있다. 보증금 안전성과 편리성이 장점으로 부각되지만 기업 참여 유도 과정에서 현재도 비싼 편인 임대료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개인이 아닌 기업 법인이 운영하는 경우 전세사기 우려가 적고, 집주인의 ‘실거주 퇴거 요청’ 우려 없이 안정적으로 오래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학생 이다원 씨(21)는 2022년부터 에피소드 수유점에 거주하고 있다. 전용면적 11.1㎡ 규모 방으로 보증금 3000만 원에 월 임대료는 85만 원 수준이다. 이 씨는 “다니고 있는 대학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입주민에게만 큐알코드가 발급되는 등 보안이 좋아서 입주를 결정했다”며 “보통 별도로 지출해야 하는 스터디카페와 헬스장 등 공용시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형 임대주택을 통해 전세시장을 대체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기업들을 시장에 끌어들이려면 수익성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임대료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임대료가 비싸지면 수요가 한정적일 수 있어 전세 수요를 돌릴 만큼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기엔 역부족일 거라는 지적도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규제를 풀어줄수록 임차인들을 위한 보호 장벽이 낮아지고, 월세가 오르면 저렴한 가격에 오랫동안 거주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 어긋난다”고 했다. 거꾸로 기업 입장에서는 다른 규제가 풀리더라도 ‘20년 이상 의무 임대’ 등의 기준이 오히려 사업성 확보에 걸림돌이 될 거란 시각도 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