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봉사단체 ‘꽃들에게 희망을’ 25년째 아이들에게 반찬-과일 배달 혼자 사는 어르신께 매달 쌀 기부도 지역 단체 곳곳에서 기부 동참…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길”
1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한 식당에서 설미정 민간봉사단체 ‘꽃들에게 희망을’ 대표(왼쪽)와 본보 도영진 기자가 저소득 가정에 전달할 전을 부치고 있다. 설 대표는 1999년부터 25년째 저소득층 가정과 홀몸노인들에게 밑반찬과 쌀을 나누어 왔다. 꽃들에게 희망을 제공
“아이들이 잘 먹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반찬을 만들어서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 20년이 넘었습니다. 돈을 벌려고 한 일이었다면 이렇게 오래할 수 없었을 겁니다.”
10일 오전 10시경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사파민원센터 내 민간봉사단체 ‘꽃들에게 희망을’ 사무실에서 만난 설미정 대표(55)는 저소득 가정 아동들에게 전달할 밑반찬과 제철 과일을 준비하며 이렇게 말했다. 설 대표는 자원봉사자와 독지가 등 주위의 도움을 모아 매주 화요일 지역 내 저소득 아동 가정 30가구에 각종 밑반찬과 제철 과일을 나눈다. 또 매달 한 번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 100가구에 쌀을 전달하고 있다.
본보 기자는 이날 오전 설 대표와 자원봉사자인 안현정, 조기영, 김병온 씨 등과 반찬 나눔 봉사 활동을 함께 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둔 이날 나눔할 반찬은 부추전과 김치전이었다. 30가정에 나눌 전 180개를 먼저 구운 뒤 돈가스를 튀기고 도시락에 옮겨 담는 작업이 시작됐다. 폭염경보가 내려질 만큼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이날 불 앞에서 전을 굽기 시작한 지 채 5분도 안 돼 상의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굽고 뒤집기를 반복한 뒤 옮겨 담는 작업을 계속하자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지만 점심 시간에 맞춰 반찬을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잠시도 쉴 수 없었다. 이날 두 가지 전과 돈가스에 더해 양념갈비, 조미김, 과자, 포도 등이 한 봉지에 담겨 오후 1시까지 각 가정에 배달됐다. 기자와 함께 배달 동행에 나선 자원봉사자 조 씨는 “누가 알아주길 바라면서 하는 봉사활동이 아니다”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매주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설 대표는 주위의 도움을 모아 1999년 12월부터 햇수로 25년째 저소득층 가정과 홀몸노인들에게 밑반찬과 쌀을 전하고 있다. 대학원생 시절 조손가정에서 자라는 한 아이를 만난 직후였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공부를 시켜주던 아이를 어느 날 집에 데려와서 짜장면 곱빼기를 시켜줬는데, 또래 아이들보다 덩치도 작고 마른 초등학생이 너무 많이 먹는 걸 보고 많이 짠했다”며 “이 또래 아이들이 잘 먹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눔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짜장면 곱빼기 한 그릇이 ‘꽃들에게 희망을’의 씨앗이 됐다. 그는 창원시 합성동에서 2018년부터 청소년들을 위한 ‘거리의 밥차’도 운영해오고 있다.
● 지역사회로 퍼진 온기
설 대표는 뜻을 같이한 주변 사람들과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각지에서 각자 형편껏 보내온 기부금으로 반찬거리를 사 매번 요리를 하고, 기부받은 쌀을 한데 모아 전달하는 방식이다. 1년에 약 10t의 쌀이 전해지고 있는 건 물론이고 15명이 뜻을 모아 2가구 6명에게 반찬을 해주던 것이 지금은 참여자가 2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설 대표는 “쌀을 기부받은 초등학생이 고등학생, 대학생이 돼 나눔봉사자로 돌아왔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