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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 병원들 ‘응급실 뺑뺑이’ 막는다

입력 | 2024-09-12 03:00:00

광주 응급의료지원단 출범
의료 자원 조사-병원 협력 체계 구축… 환자 상태에 맞는 병원-의료진 연결
뺑뺑이 원인인 전원 문제 해소 나서… 조용수 단장 “이송 지침 만들 것”



대통령비서실 관계자들이 10일 광주 남구 광주기독병원을 방문해 응급실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광주기독병원 측은 상급 의료기관에 가지 못한 환자들이 2차 병원으로 몰리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기독병원 제공


광주지역 의료 자원을 조사하고 병원들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태를 방지할 광주 응급의료지원단이 출범한다.

11일 광주시에 따르면 13일 오후 4시 반 서구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광주 응급의료지원단 출범식이 개최된다. 출범식에는 강기정 광주시장, 정신 전남대병원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응급의료지원단은 지역 병원 의사와 장비 등을 조사해 응급 환자가 적절하고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협력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응급의료지원단이 구축하는 서비스는 119환자 이송 시스템과 달리 경증, 중등증, 중증 등 환자 상태에 맞는 병원과 의료진을 연결시키고 후속 치료를 이어가 응급실 대란을 차단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의료대란 이후 전국 대형 병원에서 응급의료 공백이 확산되는 가운데 대형 병원들이 응급 환자 수용을 거부해 119구급대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한 사례가 절반 가까이 늘었다. 진료 역량이 가장 높은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치료가 어려워 다른 병원으로 보낸 중증환자도 지난해 대비 17%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의료대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지역 병원 21곳이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우선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2곳이다. 또 광주시가 지정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는 광주기독병원, 서광병원, KS병원, 첨단종합병원 등 4곳이다. 이 밖에 5개 자치구에서 지정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상무병원, 광주씨티병원, 광주현대병원, 하남성심병원 등 15곳이다.

이처럼 광주는 21개 응급의료센터가 운영되는 등 전국적으로 의료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꼽히지만 응급실 수용 거부와 재이송 우려가 큰 상황이다. 광주기독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10일 추석을 앞두고 이뤄진 대통령비서실 현장방문에서 “치료 환자의 전원 문제가 응급실 뺑뺑이의 한 원인”이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신체 절단 환자가 119구급대에 의해 실려오면 응급처치를 한 뒤 접합수술 등 후속 치료를 할 수 있는 전원병원을 찾아줘야 하는 책임이 생긴다. 전원병원을 찾지 못할 경우 각종 어려움에 직면해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위독한 환자를 응급조치한 이후나 각종 치료를 했는데 병세가 악화될 경우 전원할 수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와 3차 병원이 절실하다. 응급의료지원단은 광주지역 의료 자원을 조사한 뒤 병원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응급실 뺑뺑이를 막는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다. 배강숙 광주시 공공보건의료과장은 “응급의료지원단은 응급처치 이후 배후 진료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연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응급의료지원단은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중환자실장(43·사진)이 단장을 맡아 업무를 총괄한다. 또 협력교수 5명이 자문 등을 하고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3명이 행정요원으로 참여한다. 운영 예산 확보가 어려워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5, 6곳만 대학병원이 응급의료지원단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시간을 전남대병원 응급실에서 보내는 조 단장은 지난달부터 바쁜 시간을 쪼개 광주 응급의료지원단 업무를 챙기고 있다. 비상근직인 조 단장은 매달 적은 수당을 받고 사실상 자원봉사 차원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단장은 “지역 실정에 맞는 응급환자 이송 지침을 만들어 의사들을 설득하고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힘쓰겠다”며 “응급실 뺑뺑이 예방을 위한 일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