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에게 3700만원 받은 사실은 인정…“승부조작 절대 아냐”
승부 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축구선수 손준호(수원FC)가 11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9.11. 뉴스1
손준호는 이날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경찰이 저를 중국 초양시에 있는 구치소로 끌고 갔다. 외교부를 통해 아내를 체포해 내가 있던 구치소에서 같이 조사해야 한다고 겁을 줬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제 휴대전화 속 딸과 아들을 보여주며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느냐’ ‘엄마까지 이곳으로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느냐’며 빨리 혐의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앞서 손준호는 산둥 타이산 소속이던 지난해 5월 상하이 훙차오 공항에서 귀국하려다 연행돼 임시 구속됐다. 중국 공안은 손준호가 팀 동료 진징다오(김경도)에게 20만 위안을 받고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고 봤다. 약 10개월간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은 손준호는 올해 3월 풀려나 귀국했다. 그간 이 사건에 대해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던 손준호는 전날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자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승부 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축구선수 손준호(수원FC)가 11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9.11. 뉴스1
손준호는 구치소에 수감된 지 3주가 지나서야 가족이 한국에서 고용한 변호사와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손준호가 이미 혐의를 인정해 불리했던 상황. 변호사는 손준호에게 진술을 번복하라고 권유했다. 손준호는 “그 얘기를 듣고 나서야 제가 너무 바보 같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족에 대한 걱정과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안일했다”고 털어놨다.
진술 번복 후 손준호는 강도 높은 조사를 수차례 받아야 했다. 손준호는 공안이 혐의 인정을 강요했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공안 조사 당시 음성 파일을 변호사에게 보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음성 파일이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공안)에게 증거라고는 초기 압박 수사를 통한 제 거짓 자백뿐”이라며 “제 결백을 떳떳하게 밝히고 싶다”고 강조했다.
손준호는 재판을 앞두고 중국 판사와 고위 간부도 몇 차례 자신을 회유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이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축구 선수 경력을 이어 나갈 수 있게 해주겠다’며 거래를 제안했지만, 저는 승부 조작이 엄청난 불명예라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또 “그들이 제게 ‘이 내용을 절대 누구에게도 발설해선 안 된다’ ‘발설 시 큰 문제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고도 덧붙였다.
끝으로 손준호는 “이제야 말씀드리게 돼 마음이 편하고 홀가분하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제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그간 저를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절대 사실만을 이야기한다. 축구계에서도 저를 믿고 도움을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