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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군사적 이용’, 글로벌 규범 마련 주도해야[기고/이원익]

입력 | 2024-09-11 22:57:00


이원익 REAIM 고위급회의 준비기획단 단장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Summit)’가 이달 9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는 90여 개국의 정부 대표들뿐만 아니라 기업, 국제기구, 싱크탱크, 그리고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까지 약 2000명이 한자리에 모여 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글로벌 거버넌스 수립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었다.

특히 개회식 무대에 오른 청년들이 “우리가 선택한 기술이 아니지만, AI로 인한 모든 결과를 감내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라고 강조한 발언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세대의 목소리로서, AI와 함께 더 밝고 안전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국제사회의 중요한 과제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AI 시대에는 AI 기술이 국력의 주요 지표가 될 것이며, 군사력 또한 예외가 아니다. 여러 국가들이 AI의 범용성과 전략적 중요성에 주목하여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정보·감시·정찰(ISR), 지휘통제, 군수 등 군사 분야에서의 AI 활용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 국방부도 ‘국방혁신 4.0’ 목표 아래 AI를 기반으로 한 첨단과학기술 강군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인류는 군사 분야에서의 규범 확립에 있어 여전히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AI 기술의 군사적 이용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제적으로 합의된 규범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각국 간의 AI 기술 격차와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이 국제 규범 형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75년 전 제정된 제네바 협약(1949년)은 전쟁과 교전 규칙에 관한 중요한 국제 규범을 마련한 사례로, 국제사회가 같은 목표를 향해 협력할 때 어떤 성과를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협약은 전쟁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기반이 되었지만, 세계대전의 참상 후에야 성립된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와 다른 점은 국제사회가 AI의 군사적 이용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인식하고 있으며, 최소한 ‘AI의 책임 있는 이용’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제2차 REAIM 고위급회의의 결과문서인 ‘행동을 위한 청사진(Blueprint for Action)’은 대한민국이 다양한 국가들과의 심층적 협의를 통해 작성한 것으로, 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을 위한 주요 원칙을 제시하고, 앞으로 국제사회의 거버넌스 수립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번 회의 성과의 연장선상에서 대한민국은 네덜란드와 함께 10월 개최될 유엔 총회에 군사 분야 AI에 대한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민간 분야 AI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과 중국이 각각 주도한 결의안이 채택된 바 있으나, 군사 분야 AI에 대한 결의안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결의안이 채택된다면 군사 분야 AI 규범 논의가 한층 진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은 올해 5월 ‘AI 서울 정상회의’와 ‘AI 글로벌 포럼’에 이어 이번 제2차 REAIM 고위급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인류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AI의 책임 있는 이용을 위해 국제사회에 계속 기여해 나갈 것이다.



이원익 REAIM 고위급회의 준비기획단 단장